[정재철 칼럼] 경제심리 도외시한 정책은 실패하기 마련

인간은 사회적 동물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동물이다. 인간의 일상생활은 바로 경제활동이고 하루, 아니 한시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즉 인간은 살아감에 있어 재화를 획득하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고 그들 재화를 획득하고 소비하기 위해선 반드시 경제활동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을 함에 있어서 심리적인 요소가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우리는 경제생활에 있어 소비심리, 투자심리, 투기심리라는 용어를 자주 쓰는데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다든지,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는다든지 또는 얼어붙었다든지, 또는 부동산 투기심리가 팽배하고 있다든지 하는 말을 자주 쓴다. 즉 인간의 각종 경제활동은 심리를 통해 표출되기 때문에 경제와 심리 간에는 대단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경제를 운영하거나 경제정책을 실행함에는 절대로 생산자들이나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요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거 정책결정을 함에 있어 이러한 심리적인 요인들을 간과해 정책이 실패한 예들을 살펴보자. 노태우 정권이 서해안 개발을 하겠다고 선언하자마자 부동산투기를 불러일으켜 서해안 일대의 땅값이 마구 오르더니 마침 88올림픽의 개최와 맞물려 부동산 투기의 광풍이 불어 서울과 수도권의 땅과 집값이 폭등했다. 이와 똑같은 현상이 노무현 정부에서도 발생했다. 노무현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과 혁신도시개발, 국영기업들의 지방이전, 관광레저단지 조성 등 각종 국토개발정책을 쏟아내자 투기적인 바람을 불러 일으켜 전국의 부동산가격이 치솟았다. 만일 투기적 심리 요인을 고려했더라면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투기적인 심리를 차단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더군다나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지 않고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는 것도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중소기업이 좀 될만하면 대기업이 뛰어들어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든가 흡수해버리는 풍토가 자리 잡는다면 중소기업을 할 의욕을 꺾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기도 한다. 강성노조가 기승을 부려도 사업의욕과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정부가 투자를 적극 장려하고 기업하기 좋은 풍토를 조성하고 노사가 협력하는 풍토를 조성해주는 일이야말로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최저임금을 단기에 무리하게 인상한다거나 노동시간을 지나치게 축소시키는 일은 당연히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고 나아가 성장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하다.

소비심리도 마찬가지다.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늘어나고 고용이 안정돼야 사람들이 지갑을 열 것이지만 투자가 늘지 않고 구조조정마저 일어나는 불안정한 고용환경 속에서는 소비심리가 위축돼 소비의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노사가 화합해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고용이 안정되는 풍토가 조성돼야 소비가 늘 수 있다. 소비도 성장의 한 축이므로 소비심리도 경제에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경제정책 결정에 중요시해야 할 요인이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금리를 초저금리로 인하한 것은 수긍이 가나 부동산 대출금리마저 초저금리로 인하한 것은 부동산투기를 부추긴 정책 실패다. 왜냐하면 돈도 엄청나게 푼데다가 마땅한 투자처도 없는 터에 금리마저 종전에 보지 못한 초저금리니 부동산투자 내지 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임대차 3법도 심리를 무시하긴 마찬가지다. 전세금을 못 올리면 월세로 전환하거나 반전세로 전환하려 함은 뻔한 이치다. 또한 부동산투기를 막고 주택가격안정을 기하고자 다주택자들에게 징벌적 종부세를 부과하고 양도소득세를 중과하여 주택매각을 촉진하려 하나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매도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유는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바뀔 것을 기대하는 심리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경제심리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결정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실패하기 십상이다.

정재철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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