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가주택 기준 복잡하고 제각각, 국민들 혼란스럽다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된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이 8일부터 적용된다. 비과세 기준 상향 조치 시행 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시장의 대기 매물이 늘어나자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개정 법을 시행하는 것이다.

국회는 지난 2일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시행 시점이 불명확해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정부가 7일 국무회의를 열어 행정 절차를 최대한 서두른 것이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 완화로 1주택자의 세 부담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집을 판 가격이 12억원보다 작으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법이 바뀌면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양도세를 절약할 수 있게 되자 집을 팔려던 사람이 매수자에게 잔금 일정을 미루자고 요구하는 사례가 쏟아졌다. 양도세는 잔금일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계약을 미리 했더라도 법 시행 이후에 잔금을 받으면 세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주택자의 양도세를 완화하면 주택 매물이 늘어나면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의 양도세까지 낮춰야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며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12억원으로 조정되면서 고가주택 기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세금, 금융기관 대출, 부동산 중개 수수료 산정 등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고가주택 기준이 9억원, 11억원, 12억원, 15억원으로 제각각이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고가주택의 기준은 9억원으로 통일돼 있었지만, 이후 부동산 정책이 수시로 바뀌면서 기준이 너무 복잡해졌다.

양도세 과세 기준이 되는 12억원은 실거래가를, 종부세 기준인 11억원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보수를 산정할 때 적용되는 고가주택 기준은 올해 9억원에서 15억원으로 높아졌다. 대출 규제에선 실거래가 9억원 초과분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낮아진다.

이처럼 기준이 복잡한 것은 정치권에서 표를 의식해 고가주택 기준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 없이 제각각 수정에 나서면서 혼란을 키웠기 때문이다. 종부세 기준 상향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소득세법의 고가주택 기준이 오르는 만큼 나머지 고가기준 주택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들쭉날쭉한 고가주택 기준을 범 정부적인 협의를 통해 최대한 단순한 방향으로, 합리적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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