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불망(初心不忘). 무슨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에 지녔던 순수한 의도와 마음가짐을 잊지 말라고 할 때 이 말을 쓴다. 사실 이를 실행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의 초심에 감동해 편을 들어준 사람들로서는 이를 벗어난 모습이 보일 때 몹시 거북스럽다.
요즘 TV에서 높은 시청률의 오디션 프로를 시청하다 뭔가 어색한 광경을 목격했다.
오디션 프로에서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은 이미 여러 과정의 경쟁을 거친다. 개성 있는 실력을 나름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발탁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그들은 경험의 다과를 불문하고 긴장감이 역력하다. 심지어 부들부들 떠는 사람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실력을 가름하는 심사위원 벼슬(?)에 오른 사람들의 처신이었다.
심사위원 중에는 불과 얼마 전까지 유사한 프로에서, 초조와 간절한 마음으로 참가해 등위에 오른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심사위원이 오디션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애타는 심정을 이해 못 하는 처신과 자세를 보며 아쉬움을 느꼈다. 누구보다 그들의 실력에 감동하며 그들이 이 자리까지 오르기를 격려하고, 또 이들의 미래를 응원하고 공감해줘야 한다. 하물며 수십년의 경험과 경력의 대선배들도 참가자들의 실력을 높이 평가해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유독 격에 넘치는 혹평을 하는 것이 몹시 어색했다. 물론 심사위원은 객관적이어야 하고 감정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심사위원이 엄정한 심사위원의 모습보다는 동료로서 겸손의 자세로 용기와 의욕을 북돋아주는 평을 했다면, 더욱 돋보였을 것이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참가자들의 심정을 제일 잘 헤아려야 할 사람에게서의 냉정한 평에서 초심을 지닌 사람의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
초심은 깨끗하다. 초심은 매사에 신중하고 겸손해진다. 같은 처지인 사람들에 대한 염려의 마음도 갖는다. 그 반대면 교만과 사욕이 생긴다.
옛 글에 인간이 만든 벼슬은 하늘이 내린 벼슬을 닦으면 자연히 부여된다는 의미의 ‘인(仁)은 하늘이 인간에게 준 가장 존귀한 벼슬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프로를 보면서 적어도 남을 가름하는 자리의 사람을 선정할 때는 하늘이 부여한 벼슬에 이른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용선 전 파주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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