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체육인. 현실에선 막연할뿐더러 실체도 없다. 이런 꿈보다 더 절박한 게 있다. 좋은 성적 내는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진로를 가는 것이다. 원하는 대학 진학이 대표적인 길이다. 경기체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바람이다. 그런데 경기력이 확 떨어졌다. 10월 전국 체전에 150명이 출전했다. 금메달 23개를 목표로 했다. 실제 딴 금메달은 15개다. 그것도 일부 종목에 몰려 있다. 언제부턴가 경기체고 입학이 곧 명문대 입학이던 기억조차 요원해졌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게 훈련 부족이다. 학생들이 합숙훈련을 못 한다. 지방으로의 전지훈련도 못한다. 학교 측이 막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비대면 교육이 원칙이다. 하지만, 체육 경쟁은 타 학교 선수들과의 상대 평가다. 같은 수도권인 서울ㆍ인천체고는 다르다. 전지훈련도 적극적으로 주선한다. 이러니 대회에 나가 지는 것이다. 1등 해야 대학 간다. 대학 갈 아무 근거도 못 만들고 있다. 학생 학부모들이 어떻겠나.
나쁜 얘기는 소문도 빠르다. 학생들이 안 오기 시작했다. 2022학년도 학생 입학전형을 했다. 정원 90명에 80명이 응시했다. 0.88대 1이다. 2020학년도부터 3년 연속 이런다. 정원 미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달 사태가 3년간 이어진 건 전례가 없다. 이쯤 되니 원인과 책임을 따져 묻는게 당연하다. 최근 2~3년간 무슨 문제가 있는가. 그간 학교 운영은 잘 되고 있었나. 훈련 방침의 문제는 없었나. 총 책임자인 교장의 문제는 없는가.
예단하려는 건 아니다. 무 자르듯 단정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함께 짚고 가야 할 일은 있다. 대추나무 연 걸린듯한 안 좋은 일들이다. 최근 2년간 3명의 특기교사를 뽑았다. 공모 절차로 진행했다. 여기 잡음이 있다. 특기 교사가 탈락했다. 비전공자가 선발됐다. 2명이 그렇다. 학교장과 대학 동문도 구설이다. 3명 모두가 그렇다. 학교 관계자는 떳떳하다고 한다. ‘행정 경험을 높이 샀다’거나 ‘교장과 동문인 것은 우연’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학생 지도의 구멍이 났다. 지난 4월 학생 간 성범죄가 발생했다. 대회에 출전 중 묵던 숙소에서다. 몇 달 뒤 다른 종목에서도 유사한 일이 생겼다. 또 다른 종목에서는 동성 간 성추행도 일어났다. 건 건 마다 지도 관리에 문제가 잡힌다. 지도자가 자리를 비웠었다. 그러면 안 된다. 집단 음주를 막지 못했다. 범죄의 발단이다. 이게 지금 경기체고를 둘러싼 성적 저하, 정원미달 반복, 교사 선발 구설수, 학생 간 성추문이다.
재학생이 전학 가고 싶다고 한다. 본보 기자가 직접 들었다. 대(大) 경기체고라고 했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이 몰락을 계속 두고 볼 건가. 학생, 학부모, 동문들의 속만 타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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