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의 인생은 소중하다. 그 인생의 마지막도 소중하다. 이 소중함이 가벼운 인생은 없다. 부랑아여도, 걸인이어도, 가족에 버림받은 이들이어도 같다. 이들을 돌보는 것이 복지의 출발이다. 이제는 보편화한 복지의 태고적 출발은 그랬다. 여기에 큰 구멍이 있다. 살아생전 보살핌만을 복지로 여겼다. 죽음을 보살필 의무는 그 속에 넣지 않았다. 쓸쓸한 무연고 사망자를 외면했다. 국가도, 지방도 그랬었다.
경기도가 바꾸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 지원 행정이다. 이전에는 매장 또는 화장으로 장례절차가 끝났다. 이제 간단하지만 추도 의식을 갖는다. 추모사 낭독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걸 하라고 도비를 시군에 지원한다. 사망자 1인당 160만원 이내다. 올해 처음 실행된 제도다. 지난 9월까지 303명이 혜택을 받고 영면했다. 오랜만에 전해지는 따뜻한 소식이다. 인간 존엄의 기본 가치를 생각게 하는 행정이다.
사회는 아무리 풍요로워도 무연고 계층은 있다. 오히려 풍족한 사회일수록 집 없는 부랑아 계층이 많다. 대표적인 게 세계 1등 도시 뉴욕이다.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에서 1위다. ‘가장 많이 검색하는 도시’에서도 1위다. 이 뉴욕시가 ‘홈리스(Homeless)가 많은 도시’ 1위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7만8천여명이었다. 미국 전체적으로도 56만7천명이 ‘집밖에 사람들’이다. 이들이 사회 문제로 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웅도라 칭하는 경기도가 다르지 않다. 부랑아, 걸인, 노숙자 등이 늘고 있다. 여기에 가정에서 버림받은 계층까지 늘고 있다. 이는 곧바로 무연고 사망자 증가로 이어진다. 2016년 325명, 2017년 399명, 2018년 466명, 2019년 615명, 지난해 681명이다. 2021년 올해도 이미 전반기에만 403명이다. 이들의 마지막을 책임지려고 경기도의 행정이 나선 것이다. 늦은 감 없지 않으나 그래도 다행이다.
수원시 얘기도 소개할까 한다. 지난 7월 대표적인 종단과 손을 잡았다.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추도를 약속했다.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가 다 함께 뜻을 모았다. 고인의 종교가 확인되면 해당 종교에서 추모의식을 주관한다. 종교를 알 수 없는 사망자가 많을 것이다. 이 경우는 분기별로 담당 종교를 정했다. 참으로 촘촘한 준비다. 당연히 전국 지자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아주 잘했다.
어려운 이웃이 생각나는 세밑이다. 어려운 그들을 마지막까지 지켜준다는 훈훈한 소식을 전한다. 아무런 조건 없이 높이 평가한다. 이 문제를 지속 보도해왔던 본보여서 그 감회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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