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KBO 데뷔 7년만에 통합우승 일궈낸 ‘KT 위즈’

최단기간 ‘기적의 마법’… 우리는 여전히 배고프다!
적재적소 ‘족집게’ 선수 영입 성공... 육성한 유망주 ‘1군 자리매김’
데이터로 맞춤형 피칭지도, 투수력 강화 마운드 든든

수원을 연고로 창단된 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가 KBO리그 입성 7년만에 신생팀 최단기간 첫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지난 2015년 1군 데뷔 이후 4시즌 연속 하위권에 머물며 신생 구단의 한계를 노출했으나, 2019년 3대 사령탑으로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전력 강화를 꾀한 끝에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이제 KT는 전통있는 기존 팀들에 맞서 장기간 정상권에 머무는 ‘왕조’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KT의 우승 원동력과 앞으로의 과제를 조명해 본다.

■ 저비용ㆍ고효율 투자와 유망주 육성의 콜라보

매년 스토브리그서 FA시장이 과열되면서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KT는 그동안 투자 대비 효율이 확실한 운영을 해왔다. KBO리그 입성 첫 해 FA로 영입한 박경수와 박기혁 등이 내야의 핵으로 자리잡으며 신생팀 기반 구축을 도왔고, 올 시즌 후 은퇴한 베테랑 유한준도 2016년 4년 60억원의 대형 계약으로 합류한 뒤 경기장 안팎에서 몸값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보였다.

이어 2017년 연말에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복귀한 3루수 황재균을 구단 역사상 최고 몸값인 4년 88억원에 영입, 불안한 3루와 강한 2번 타자 자리를 맡겨 안정된 내야 구축에 힘썼다.

KT의 과감한 투자는 FA 영입 뿐만 아니라 트레이드에서도 빛을 발했다. 1군 데뷔 첫 해 마땅한 주전포수가 없자 롯데와 희대의 ‘5대4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투수 유망주 박세웅을 내주는 대신 포수 장성우를 영입했고, 이는 KBO리그 역사상 몇 안되는 윈-윈 트레이드로 남아있다. 아울러 2017년에는 마무리 장시환과 김건국을 내주고 롯데에서 배제성과 오태곤을 데려왔고, 배제성은 지난 3년간 팀 토종 투수 최다인 29승을 수확하며 KT 마운드의 대박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투자와 과감한 트레이드는 유망주 육성이 전제됐다. 몇몇 구단들이 대형 트레이드와 FA 영입을 하고도 우승 문턱에 가보지도 못한 반면, KT는 자체 육성한 유망주들이 매년 1군에 자리잡으면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뿌리를 만들었다.

신생팀 특전으로 신인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 지명을 한 고영표ㆍ강백호ㆍ소형준ㆍ주권ㆍ심우준은 물론, 김민수ㆍ김병희ㆍ김민혁ㆍ천성호 등 많은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는 점은 KT의 육성 시스템이 체계화 됐음을 대변해주고 있다.

■ 데이터 기반 ‘피칭 디자인’으로 거듭난 마운드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처럼 마운드 전력과 팀 성적은 비례한다. KT의 최단기 통합우승은 데이터에 근거한 ‘피칭 디자인’을 통해 투수력 강화를 힘쓴 것이 원동력이 됐다.

피칭 디자인은 일종의 레이더 장비인 랩소도를 투수들이 투구할 때 홈플레이트 앞에 설치해 태블릿 PC에 투구 정보를 표기하고 이를 분석한다. 구속, 위치, 회전수, 수직ㆍ수평 움직임 등이 표기돼 선수의 특징 파악에 용이하다. 투수 출신인 이강철 감독은 데이터 야구를 잘 활용하는 지도자로 전력분석팀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볼 배합 등 투구 전략을 수립해 잘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수였던 김재윤을 투수로 전향시켜 팀의 주축 마무리 투수로 키웠고, 선발투수로 한계를 보인 주권을 리그 최고의 중간계투로 만들어냈다. 또한 타 팀에서 전력 외로 분류된 베테랑 불펜투수 이보근, 전유수, 유원상, 이상화 등 매년 한 명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내 투수력을 강화했다.

올 시즌에는 롯데서 영입한 박시영은 전 소속 팀서 속구와 포크볼 구사율이 70%에 이르렀었지만, KT 입단후 매년 20%대 전후에 그친 슬라이더 구사율을 52%까지 끌어올려 올해 45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2.40, 12홀드를 수확하는 ‘믿을맨’으로 변모시켰다.

이강철 감독은 “투수를 영입할 때 구위와 결정구를 확인하고 데려온다. 투수의 생각을 바꾸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박승민 투수코치가 피칭 디자인 분석 능력에 일가견이 있어 두터운 마운드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고있다”고 말했다.

■ 타선강화ㆍ야수 세대교체 여부 관건

창단 최단기 통합우승을 일궜음에도 왕조를 꿈꾸는 KT에게도 보완할 점은 적지 않다.

먼저, 타선의 생산력과 높아지는 야수 평균 연령에 대한 우려다. KT는 올 시즌 팀 타율 0.265와 OPS(출루율+장타율) 0.738, 106홈런으로 리그 평균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타격 4관왕에 오른 뒤 일본으로 떠난 멜 로하스 주니어가 중심 타자로 활약할 때에도 리그 평균 수준보다 조금 높았던 KT 타선은 올해 알몬테와 호잉 두 외국인 타자가 모두 부진하며 전반적인 타력 저하의 원인이 됐다. 무엇보다 거포형 타자 부재가 아쉽다.

또한 한국시리즈 MVP인 박경수의 노쇠화가 두드러졌고, 좌익수 조용호도 지난해 활약만큼 보여주지 못했다. FA가 된 포수 장성우와 1루수 강백호, 유격수 심우준, 중견수 배정대 정도를 제외하면 팀 주축 타자 중 1990년대생이 전무하다. 성장세가 더딘 외야수 홍현빈과 김태훈, 아직 군 미필인 내야수 천성호, 권동진도 아쉽다. 시즌 초 신데렐라 처럼 떠올랐던 백업 내야수 김병희와 2군 거포 출신 외야수 문상철 등도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투수진은 타선보다 상황이 괜찮지만 토종 선발 소형준과 배제성이 군 미필인데다, 불펜진도 주권과 조현우를 제외하면 전부 30대를 넘어섰다. 심재민과 엄상백이 군 복무를 마쳤고 정성곤과 김민 등이 소형준, 배제성이 입대할때 쯤 1군 마운드에 가세하게 되지만, 이들 만큼의 활약을 보여줄지 미지수다.

타선의 뎁스 강화와 거포형 타자의 영입, 백업 포수의 필요성,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KT가 왕조 구축을 위해 필요한 당면 과제다.

권재민기자

사진_윤원규기자ㆍ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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