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바다도 부동산이다

바다는 전 지구 표면적의 약 71%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교역량의 90%는 바다를 통해 수송되며, 우리나라 교역도 99.7%가 바다를 통해 이뤄진다. 바다의 중요성을 잘 아는 민족과 국가는 바다로 나아가 큰 기회를 얻었다. 강대국의 공통점은 바다를 땅보다 더 큰 부동산으로 보고 바다를 국가의 존망과 번영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우리 국민은 땅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러나 정작 땅을 둘러싸고 있는 더 넓은 바다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편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바다를 정책적 차원에서 국가 부동산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주변 바다는 해양 관할권 및 도서 영유권, 항해의 자유 문제 등으로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최대 위협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 외세에 당한 ‘굴욕의 세기’가 해양력 약화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바다를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설정했다. 대만 문제 등 동·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과 주도권 확대, 주요 핵심 물자 운송을 위한 해상교통로 안전을 중요한 안보, 경제 문제로 상정하고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동아시아, 인도-태평양으로 확장을 위하여 2012년에 도입된 랴오닝 항공모함을 시작으로 2035년까지 6척의 항모를 바다에 띄울 예정이다.

일본은 독도에 대한 잘못된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영유권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독도라는 섬 자체보다 독도를 품은 광활한 바다, 동해를 차지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다. 일본은 이즈모함 등 2척에 대한 항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미국의 수직이착륙기 F35B가 경항모로 변신 중인 이즈모함에 이착륙 훈련을 했다. 곧 욱일기를 단 일본 항모가 한반도 주변 해역을 활개치고 다닐 것이다.

정작 바다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한반도 면적보다 수 십 배 더 큰 바다 영토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해군력도 수준에 못 미친다. 해군력 강화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는 좌우로 연결된 바다를 사용할 수 있어 강한 해군력은 북한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독도와 이어도 등 바다 영토에 대한 우리의 주권과 국가이익을 수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국방비에 경항모 건조사업 예산이 처음으로 배정됐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10년여 걸리는 건조 기간을 고려할 때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2030년도 중반경에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는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이며 미래의 성장 원동력이다. 바다를 물로만 보지 말고, 국가 미래를 좌우할 소중한 가치가 담긴 국가 부동산으로 볼 줄 아는 큰 안목을 기대해 본다.

김진형 숭실대학교 정보과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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