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일 할 사람 좀 구해주세요.”

2021 신축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저성장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도 있었지만, 건축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들이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마도 인력난이었을 테다. 경기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건축사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설계 수주나 제도 개선이 아닌 “일할 수 있는 사람 좀 구해주세요”였다.

며칠 전 청년 실업률 기사를 보면서 고용자와 피고용자들의 온도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실업률은 5.6%, 실업 인구는 23만 4천명으로 집계됐다. 건축사 사무소에서는 건축 설계인력이 없어 용역사무소나 프리랜서들에게 맡기는 실정이고 피고용자들은 직장을 못 구해서 난리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건축사 사무소를 20년 정도 운영하면서 요즘처럼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체감한 적이 없다. 서울에 있는 대형사무실은 사정이 좀 괜찮은 편이지만 5인 미만 중ㆍ소 건축사사무소들은 사정이 다르다. 경영하는 사무소의 예를 보면 지난 2년 동안 구인ㆍ구직난에 “사람을 구합니다”라는 구인 광고를 하고 있지만, 이력서는 대부분 50ㆍ60대이다. 간혹 20ㆍ30대 이력서가 와 반가운 마음에 전화하면 전화가 불통이거나 구인·구직 횟수를 채우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고학력에 따른 부작용이다. 현 세대는 재능이나 꿈을 포기한 채 성적에 따라 전공과 대학 진학을 하다 보니 직장에 대한 간절함이 부족하다. 대학 졸업자라는 허울로 힘들고 어려운 일을 꺼리는 경향이 많다.

둘째는 현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청년복지 정책이다. 50~60대 기성세대들은 국가가 가난한 이유로 복지라는 정부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무노동 무임금을 원칙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청년저축계좌, 청년 구직활동지원금, 실업급여 등 복지라는 이름으로 자립심을 해치는 혜택 탓에 직장의 필요성보다는 지원정책에 더 익숙해져 가는 사회현상의 부작용으로 생각된다.

셋째는 미래 불확실성의 결과다. 자고 일어나면 널뛰기하는 물가, 월급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집값 상승,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조기 퇴직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젊은 청년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답도 있듯이 지금부터라도 실질적으로 일하고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들의 몫인 것 같다. 주 4일 근무도 좋고 최저 임금 1만원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함께 상생하는 사회가 되어야 모두가 행복하다. 누군가의 눈물을 밟고 이루어진 행복은 언젠가는 깨지기 마련이듯 건축사들은 우리 다음 세대가 꿈을 꿀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청년들은 힘들고 어려워도 미래를 위해 자신을 투자할 수 있는 정신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늘이 가장 행복한 이유는 내일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대한민국의 미래는 청년들이 가지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정내수 경기도건축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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