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년 경력 후보에 ‘전문성 낮다’ 퇴짜/도지사가 추천한 후보래도 이랬을까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원회의 의견은 부적격이었다. 이재성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 청문 의견이다. 도의회 의견이 도 집행부를 강제하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집행부가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기엔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본인의 입장이 있다. ‘부적합 의견’만으로도 모욕적일 수 있다. 그간 살아온 개인적 이력에 상처가 컸을 경우다. 이를 잘 알고 있을 도의회가 내린 결론이다. 결국, 본인의 결단으로 상황은 정리되어 간다.

부적격 판정의 이유는 도정 이해도 부족 또는 전문 지식 미흡이다. 송영만 인사청문위원장도 그 이유를 설명했다. “후보자는 평생을 관광 관련 기관에서 공직생활을 해 5개 항목 중 ‘신뢰성’ 부문에서 대체로 인정을 받았지만, 나머지 4개 항목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언급한 5개 항목은 신뢰성ㆍ전문성ㆍ창의성ㆍ도정 이해도ㆍ자치분권 이해도다. 여기서 신뢰성 빼고 다 미흡했다는 설명이다. 얼마나 부족했을까.

여러 언론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부분이 있다. 도의원의 질문에 답한 이 후보의 워딩이다. 사업비 부족 문제 질문에 “조금씩 조정하겠다”고 답한다. 자치분권과 연계 방안 질문에 “경험이 많지 않아서…”고 답한다. 무능해 보인다. 소신 없어 보인다. ‘그러니 부적격’이라 보일 수 있다. 한국 최고 전문가로 공인된 후보자다. 그래서 실제가 궁금했다. 찾게 된 게 청문회 속기록이다. 모든 질의응답이 그 속에 있다. 그런데 느낌이 다르다.

‘부적격’이 뭔가. 사장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판단이다. 웬만해선 이 의견이 채택되지 않는다. 현 10대 도의회(2018~2022년)도 그랬다. 4년 가깝도록 한 번도 없었다. 11개 기관, 13명 후보자가 모두 ‘적격’이었다. 이재성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은 그만큼 특별하다. 지나간 청문회 후보자 13명 중에서 최악이라는 얘기다. 최소한 그 정도의 무능함이 입증됐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만한 구석은 안 보인다.

33년 한국관광공사 근무,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성남시에서 개발업무 하던 전임자보다 훨씬 ‘전문’스럽다. 방송인으로 명성 있는 전 후보자보다 훨씬 ‘조직’스럽다. 청문회에서 그가 한 말이 아주 많다. 위원장이 본인의 의지 등을 말할 시간을 줬다. 장시간에 걸쳐 구상을 밝혔다. 1천800자로 구체화했다. 이런 내용은 안 알려졌다. 누가 알리지도, 취재하지도 않았다. 그냥 ‘5개 항 중 4개 항 미흡 후보’로 끝났다.

현직 도지사 추천 후보였어도 이랬겠나. 도의원 출신 후보자였더라도 이랬겠나. 이렇게 청문회는 끝났다. ‘후보자 퇴짜’라는 드문 역사를 남긴 청문회다. 남은 건 도민의 시간이다. 속기록에 남은 현장을 읽어갈 평가의 시간이 남았다. 답변은 자격 없다고 했는데, 질문은 자격 있었는지 따져 볼 시간이 남았다. 이는 앞으로도 있을 수많은 청문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복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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