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보다 열정 떨어져’
관광 능력자에 왜 나이 트집
‘노인’이라 추궁당할 일인가
30대 젊은 도의원이 묻는다. “…그런데 제가 우려하는 바는 현실적으로 연세 부분에서 정년퇴임이 많이 남지는 않으셨기 때문에 ‘그 안에 뭔가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젊은 사람보다는 열정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는 겁니다.” 61세 후보자가 답한다. “…좀 변명처럼 말씀드리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답 자체가 안쓰럽다. 고약한 질문이다. 노인 폄하다. 퇴직자 모욕이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청문회 속기록이다. 질문자는 1982년생 권락용 도의원이다. 박사 출신의 유능한 정치인이다. 답변자는 1959년생 이모 후보자다. 전 서울관광재단 대표다. 흔히들 ‘앞뒤 문맥을 잘라내 왜곡했다’고 한다. 그래서 앞뒤를 다 봤다. 달리 해석될 내용은 없다. 연계 없이 등장하는 독립된 문맥이다. 상대에 전달되는 의도가 선명하다. 몇 개 질문이 더 있다. 모욕을 더하는 것들이다. 며칠 뒤 후보는 사퇴한다.
질문은 실체적 진실과도 안 맞는다. 권 의원은 ‘정년 퇴임이 많이 남지는 않으셨기 때문에… 그 안에 뭔가 할 수 있을까’라고 말한다. 이 후보자 나이 61세다. 일반 공직자 정년은 60세다. 이 얘기라면 ‘남은 임기’는 없다. 관광공사 대표이사는 정년이 없다. 정관에서 정한 3년이 임기다. 이 얘기라면 시작도 안 됐다.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질문의 전제부터가 오류다. 앞뒤 없는 ‘나이 트집’이다.
경기도 산하기관 실태와도 안맞는다. 산하기관이 30개쯤 된다. 그 수만큼의 기관장이 있다. 많은 퇴임 공직자가 그 자리에서 일한다. 중간 간부 자리는 훨씬 더 많다. 거기도 많은 퇴임 공직자들이 일한다. 그들의 나이가 대개 60 언저리다. 오랫동안 자리한 ‘공직 퇴임→ 산하기관’은 관행이다. 이 문제를 지적할 순 있다. 하지만 ‘나이 60’이 그 지적의 근거일 수는 없다. 문화재단 ‘송 대표’는 70대였다. 잘했고, 청렴했다.
민주당에 남은 몇 개의 노인 폄하가 있다. 2014년 설훈 의원 논란이 그중 하나다. 국회 교문위원장이었다. 한국관광공사를 국감하고 있었다. 79세 자니윤(본명 윤승종) 상임감사를 몰아쳤다. “정년이라는 제도가 왜 있겠느냐”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진다”. 돌아보면 이번 일과 판박이다. 똑같이 의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똑같이 관광을 다루는 기관 얘기다. 똑같이 ‘정년’과 ‘나이’를 무능력의 기준으로 들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그건 발언 배경이다. 대한노인회를 찾아간 설 의원이 해명했다. ‘낙하산 인사를 지적한 것이다.’ 실제 그런 면이 있었다. 자니윤은 박근혜 미주후원회 회장이었다. 대선 캠프에서 본부장도 했다. 그걸 지적했다고 했다. 억지 같지만 말은 됐다. 그러나 이건 다르다. 이 후보자는 정치 배경이 없다. 그 흔한 도지사 추천서도 없다. 오로지 능력으로 지명받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향한 ‘나이’ 모욕이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가 말했다. “세월은 흘러가고 혁명가는 늙어간다”(冊 ‘나의 생애’ 중에서). 세월의 도도함이 혁명의 가치만큼 중함을 말한다. 젊음에 오만하면 안 된다. 세월에 겸허해야 한다. 가고자 하는 길이 정치라면 더 그렇다. 3년 반 전 선거였다. 그때 뭐라 했나. 어르신들 모시겠다고 하지 않았나. 반년 뒤면 또 선거다. 그땐 뭐라 할 건가. ‘정년해서 열정 떨어졌으니 노인들은 빠지세요’라 할 건가.
결코 과한 가정(假定)이 아니다… 그날 청문(聽聞)이 바로 이랬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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