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교사의 훈육과 학대 사이

학생에 대한 체벌이 ‘아동학대처벌법’상 신체적 학대가 될 수 있다. 반복된 꾸지람, 폭언, 모욕 등은 정서적 학대의 범주에서 논의된다. 근래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가 체벌이나 꾸지람을 징계재량권으로 정당화하기란 쉽지 않다.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이 범죄성립 판단의 핵심이 되는 경향이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학대, 계모의 학대치사 등 사회적으로 지탄이 될 만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처벌은 강화되었다. 신고인의 분리 요구가 있다면 교사는 직위해제 처분으로 업무에서 배제되기 마련이고, 3개월이라는 직위해제 기간의 한도는 예외로 뒀다. 훈육의 필요성이 크거나 적극적인 지도행위로 볼 여지가 있는 사안일수록 학대 여부 판단은 지연되기 마련이어서 학대가 명백한 사안에 비해 직위해제의 장기화에 따라 교사의 고통이 가중되는 아이러니한 현상도 발생한다.

아동학대사건의 가해자로 인정되면 취업제한명령도 뒤따른다. 최근 아동학대죄로 약식기소 된 교원이 초범이었음에도 ‘해임’을 징계했다가 소청 등으로 취소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취업제한명령을 이행하기 위한 일선 교육청의 섣부른 조치로 보이지만,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염두에 둔 취업제한명령 규정이 교육공무원법상 교사의 신분보장마저 뿌리째 흔드는 모습이다.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제재로써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신체적, 언어적 폭력이 금기시되는 분위기가 된 건 분명히 환영할 만한 변화이자 성과이다. 다만, 교사들의 리스크가 지나치게 커져서 이제는 훈육을 아예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누가 책임지고 적극적인 교육에 나설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생긴다.

성경에 “아이의 마음에는 미련한 것이 얽혔으나 징계하는 채찍이 이를 멀리 쫓아내리라(잠언 22:15)”는 말이 있다. 자녀와 학생이 어릴 적에는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판단을 그르칠 수 있으므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깨우침을 줘야 하고 때로 징계가 필요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선생과 학생들 간 1대 다(多) 구도의 교육현장에서 전체의 통솔을 위해 규율과 지시를 위반한 개인에게 적정한 징벌이 필요한 경우도 분명히 있다. 훈육과 학대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면 정작 훈육이 필요한 학생에게 변화와 성장으로 이끌 수 있는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학생의 인권보장 강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흔들리는 교권(敎權)을 어떻게 정립해갈 것인지 입법과 사법 전반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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