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게 끌어오던 인천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의 루원시티(Lu1 City) 도시개발사업이 아직 진행 중이다. 핵심시설 조성공사가 지연되고 있어 올 6월로 계획된 준공이 어렵고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애초 계획보다 10년 이상이 지체되고 계획 내용의 잦은 변경과 기반시설의 미비로 입주를 앞두고 입주민들의 민원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한다.
루원시티는 프랑스의 ‘라데팡스’를 벤치마킹한 입체복합도시를 기본 콘셉트로 시작했다.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표방하면서 야심 차게 시작한 신도시로 한껏 기대를 모았다. 지하에 고속도로와 도시철도, 간선급행버스체계 등을 갖춘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하고, 지상에는 랜드마크 쌍둥이 타워, 고급아파트, 대형 교통센터, 쇼핑몰, 공원 등을 만든다는 콘셉트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지하 교통체계는 사라지고 지상에는 공원이 줄어든 대규모 초고층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집중하는 것으로 변질됐다. 사업비 과다로 인해 애초의 입체복합도시가 아파트촌으로 전락한 도시개발사업으로 지역사회에 여러 교훈과 과제를 안기고 있다.
루원시티는 당초 정치적 야심에 의해 무리하게 시작한 사업으로 치밀한 준비가 부족해서 사업의 지체라는 필연적인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 주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추진하면서 조성원가가 청라와 송도국제도시와 비교하면 5배에서 10배를 넘어가는 수준이었다. 도저히 사업성이 확보되지 못하는 원초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사업계획의 변경이 불가피했고, 약 2조원대에 달하는 손실이 예상되는 지역의 최대규모의 대표적인 도시개발 실패사례이다. 따라서 준공을 앞두고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손실금 정산을 두고 지루한 법정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사업성에 쫓긴 잦은 계획 변경은 인천의 미래 도시 공간구조의 왜곡을 초래했다. 도시개발 과정에서 전문가와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의 합리적인 절차는 송두리째 무시되고, 시정의 최고 책임자의 독선적인 지시에 의존하는 구태적인 도시계획이 만연하는 무형의 피해도 나타났다. 도시계획의 전반적인 체계가 무너지며 시정 파행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했다.
도시개발은 경제 상황 등과 같은 많은 요인이 작용해 계획이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데는 쉽지 않은 사업이다. 이러한 요인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며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행정 역할이다. 루원시티는 인천의 소중한 실패사례로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 계획의 구상에서부터 전체적인 내용을 빠짐없이 정리하는 백서의 작성이 필요하다. 이를 기초로 미래를 위한 인천의 도시개발 행정모형이 만들어져야 한다.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거버넌스에 기초한 인천형 개발모형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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