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수많은 약속(約束)을 한다. 사전적 의미의 약속은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 두거나 그렇게 정한 내용’이다. 하지만 약속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정해두는 경우도 많다. 우리의 일상은 매일 같이 자신이나 타인과 약속하고 그를 믿고 의지하는 ‘신뢰(信賴)’의 과정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속은 공동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가정에서부터 사회, 국가라는 조직 안에서 구성원들 간 이뤄지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필연적인 요소다. 남녀가 결혼하면서 평생을 아끼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겠다고 약속을 한다. 직장에 들어가면서는 열심히 일하겠다고 하고, 직장은 노력에 합당한 대가(급여)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통해 잘 사는 나라, 국민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한다. 이처럼 어느 조직이든 간에 정해진 규범과 법규 안에서 서로 지킬 것을 정해두고 생활을 하는 것이 통례다.
개인 간에도 어떤 일이나 관계 유지를 위한 크고 작은 일에 대해 서로 ‘언약(言約)’을 하거나 이를 굳게 지키겠다는 ‘서약(誓約)’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사전적인 의미와 달리 자신의 습성이나 관습, 생활방식의 변화 또는 어떤 목표를 정해두고 이를 지키기 위해 내적인 약속을 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과의 약속은 대개 한해의 시작인 연초나 어떤 큰 결심을 통해 행하는 경우가 많다. 새해를 설계하면서 하는 약속이 불과 며칠을 넘기지 못한다 해 생겨난 말이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육십간지의 39번째인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활짝 열렸다. 지난 2년여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이 헝클어지고 모두가 힘든 가운데서도 새해의 희망은 움트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 희망 속에서 자신은 물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새로운 약속을 하고 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약속은 신뢰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약속할 때 그를 꼭 지키겠다며 맹세를 하기도 한다. 약속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소망(所望)이다. 따라서 약속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임인년 새해에는 각 분야에 걸쳐 많은 변화와 국운이 걸린 크고 작은 일들이 예정돼 있다. 우리에게 또다시 1년이라는 약속의 기회가 주어졌다. 자신 또는 타인과 약속한 일들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가정과 사회, 직장, 국가 등 모든 분야에서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임인년 호랑이 기운을 받아 우리 모두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보자.
조윤혜 남서울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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