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자 온정주의가 간첩짓 가림막이다/‘북 가족 때문에’ 감경 판결, 옳지 않다

2021년 한 논문이 밝힌 통계가 있다. 전 해인 2020년 현재 탈북민 수다. 3만3천658명이라고 했다. 탈북민 세부 통계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탈북민과 그 가족들의 안전이 달려 있다.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도 있을 수 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북한이 더 매달리는 정보다. 탈북자 개별 신상 정보는 더 하다.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훤히 드러난다. 북한 당국의 대남 통제 수단으로 더없이 요긴한 정보다.

일부 탈북민 사회의 간첩 짓이 생소한 건 아니다. 자연스레 고정간첩화 됐다. 합법화된 신분이다. 활동도 자유롭다. 탈북민 접근성이 좋다. 내부 정보 파악에 더 없는 조건이다. 2007년 탈북한 A씨(34)도 그런 경우다. 탈북 이후에도 북한에 있는 형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중국을 거쳐 북한 접경지대도 오갔다. 북한 보위국 지도원을 만났다. 요구를 받고 각종 정보를 넘겼다. 탈북 브로커, 경비대 군인 상황, 북 자료를 남측에 넘기는 사람의 신상 등을 줬다.

재판에서도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수원지법이 징역 3년 6월에 자격정지 3년 6월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가 항소했다.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내세운 이유가 어이없다. 북한 인사와의 접촉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 인사의 신분을 얘기했다.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자신이 넘긴 자료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 정보의 성격을 얘기했다. 국가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불법 월경, 북한주민 접촉, 국내 정보 전달 등은 누가 봐도 범죄다. 그 위법성을 알기 때문에 비밀리에 오갔던 것이다. 그래놓고 적발되니 엉뚱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간첩죄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형법 제98조, 국가보안법 제4조 규정이다. 1심 선고 형량은 분명히 관대했다. 북한에 있는 형의 안위를 위한 행위라는 부분을 감안했다고 했다. 항소심은 수원고법이었다. A씨 측 무죄 취지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형량만은 원심을 유지했다. 감경 취지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 ‘새터민 간첩’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북한 가족을 들이대 감정에 호소한다. ‘걸리면 인도주의, 안 걸리면 간첩’인 셈이다.

‘점프 탈북’이 있었다. 1년 만에 그 탈북민이 월북했다. 그로 인해 무너진 군 신뢰가 심각하다. 최근 8년간 30명 가량이 월북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노출됐을 우리 정보가 상당하다. 탈남하는 탈북민이 수백명이다. 그런 만큼 탈북민 관리가 무너지고 있다. 멸공(滅共)ㆍ반공(反共)을 따질 때가 아니라 줄줄 새는 국가ㆍ국민의 정보를 걱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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