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유출한 개인정보가 살인에 이용됐다.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이 확보한 피해자 집 주소는 수원시 권선구청 공무원으로부터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 개인정보 유출의 대가로 공무원이 받은 돈은 2만원이다. 개인정보는 팔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고, 불법인데도 권한을 남용해 마구잡이로 유출한 것이다.
서울동부지검은 10일 권선구청 건설과 공무원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A씨가 유출한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흥신소 업자와 직원 1명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텔레그램 ‘고액 알바 모집’ 광고 등을 통해 흥신소 업체를 알게 됐고, 도로점용 과태료 부과를 위해 부여된 차적조회 권한을 이용해 파악한 개인정보를 업체에 넘겼다. A씨는 2020년 1월부터 2여년에 걸쳐 타인의 주소와 차량 정보 등 개인정보 1천101건을 불법 조회해 제공했다. 가족이 이석준에게 살해된 여성의 개인정보도 그 중 하나였다. A씨는 흥신소 업자에게 건당 2만원에 주소를 넘겼다. 그리고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개인정보 유출 대가를 받았다. 매달 200만~300만원, 총 3천954만원이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사람과 그 사실을 알고 개인정보를 받은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A씨의 경우 뇌물수수 혐의가 함께 적용돼 형이 가중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 흉악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감안하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공무원 등 공공기관의 통제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A씨가 소속된 권선구청에는 차적조회 권한 남용을 방지할 시스템이 없었다. 이는 다른 구청들도 마찬가지다. 담당 공무원이 개인정보 조회 때 책임자 결재가 필요하지 않고, 부정사용 여부를 점검하는 절차도 없다. 수사기관에서 개인정보를 조회할 때는 사유를 쓰게 돼 있는데, 구청에선 그런 게 없으니 개인정보가 마구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전국민의 공분을 산 ‘n번방 사건’에서 수원시 영통구청의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를 유출해 행정의 허술한 정보 관리가 도마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줄줄 새는 개인정보가 언제 또 흉악범죄에 이용될 지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공공기관에서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다니 어이가 없다. 통제시스템 부재가 흉악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감안하면, 엄한 처벌에 개인정보 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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