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던져놓고 보자’ 인천 공약 안 통한다

여야의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지난 10일부터 인천 새얼문화재단 등이 마련한 ‘제20대 대선후보 초청 새얼아침대화’ 릴레이 강연을 통해 인천의 비전과 공약 등을 제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후보들의 공약 내용이 중복되고, 실현하려는 고민의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단 던져놓고 보는 수준이니 신뢰도 안간다.

첫 날 강연에 나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대한민국 미래의 경쟁력인 인천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대표 공약으로는 인천의 최대 현안인 수도권쓰레기 대체 매립지 문제를 비롯해 경인선,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을 내놨다.

특히 인천의 최대 현안인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에 대해서는 총리 직속의 위원회를 구성해 대체매립지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체매립지 문제는 이미 2015년부터 정부와 수도권 3개 시도 등 4자협의체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지자체간 의견차와 대체매립지 조성 지역의 반발 우려 등으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인천시민은 수도권매립지 2025년 사용종료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자협의체가 아닌) 총리직속 위원회 구성이라는 두루뭉술한 대안제시로는 시민의 신뢰를 얻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냉정한 원인 분석과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인천 도심을 관통하는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는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을 의심하는 참석자들의 의중을 헤아리는 듯 본인의 ‘실행 능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땅값이 비싼 경인선·경인고속도로를 지하화 해 상부와 주변에 주택 등을 지으면 도심 활성화와 주택공급이라는 1석2조 효과를 얻고, 사업성도 충분하다는 것이 이 후보의 판단이다. 이 사업 역시 각종 선거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막대한 사업비 문제에 가로막혀 제자리걸음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주요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공약(空約) 취급만 받을 뿐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12일 새얼아침대화에서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국비 추진과 인천 바이오산업 육성 지원 등을 외쳤다.

3일 내내 그 공약이 그 공약이다. 연일 새벽 잠을 설치고 강연장을 찾은 시민들은 맥이 빠진다. 인천의 주요 현안이다 보니 후보간 공약이 겹칠수는 있다. 하지만 ‘일단 던져놓고 보자’로 인천시민이 통할 거라고 판단했다면 큰 오산이다. 많이 고민하고, 더 진지해야 한다. 아울러 인천이 선거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점도 명심하길 바란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