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평균기온만의 문제는 아니다. 산업혁명으로 증폭된 자본주의 ‘성장신화’가 자연의 거의 모든 것을 전유하고 상품화해서 대량으로 생산하고 소비하고 빠르게 폐기하는 ‘대량생산소비시스템’을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통해서 더 멀리 더 깊숙이 자원의 전유를 강화하면서 필연적으로 동행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생태계 위기, 인간 자신을 포함한 생물종 전체의 생존 위기의 총합을 말한다. 이 시스템은 역사 이래로도 오랜 전통도 없고 전승의 기록도 매우 짧다. 좋은 삶을 위한 필요 때문에 조직된 것도 아니고 이 길이 아니면 인류가 생존할 수 없는 필연의 길도 아니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사회도 문명도 지속 가능하지 않고, 문명의 기회를 준 온화한 지구의 균형도 붕괴되면서 영구적으로 다른 균형을 찾아갈 것이다. 거기에 최상위 포식자 인류의 자리는 없다. 더 문제는 그 시점이 매우 빠르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성장의 덫’에 갇힌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무엇이, 누가 우리를 이 덫으로 몰아넣었는지도 각성하자.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우리나라는 90% 이상이 도시에 산다. 우리나라 도시는 대부분 주택상업지구와 산업지구, 거기에 에너지와 자원을 공급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기초인프라로 구성된다. 도시를 가득 채운 아파트와 건물들에는 전기, 가스, 난방이 자동으로 공급되고 가전제품들로 가득하다. 대형 냉장고 안에는 먼 곳에서 생산된 식료품들이 가득하고, 도시는 발길 닿는 곳마다 생활 편리를 돕는 상품들로 가득하고 도로에는 화석연료를 가득 채운 자동차들로 가득하다. 가족과 마을이 감당하던 노동도 더욱 분업화된 ‘생산소비사회’로 흡수되고 다른 시민들의 노동으로 대체됐다.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나에게 오는 거리가 멀어지면서 노동도 멀어졌지만, 그 거리만큼 더 타인의 노동과 화석연료에 더 기대어 산다. 소비는 ‘생활 필요’에서 ‘허위와 장식’으로 과잉되고 있다. 더 많은 상품을 소비할수록 더 많은 타인의 노동을 만나고 더 많은 나의 노동에서 도피한다. 시민들은 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화폐를 얻고자 ‘자신이 유일하게 소유한 노동’을 판매하면서 스스로 상품이 되어간다.
‘성장의 덫’은 생존을 위한 필연이 아니기에 우리는 더 좋은 삶으로 탈출할 수 있다. “경제의 모든 부문들이 언제나 성장해야 한다고 전제하는 대신에, 우리는 좀 더 현명한 접근을 해야 한다. 경제의 어떤 부문들이 여전히 확대가 필요하고, 어떤 부문들이 사회적 필요성이 적으며 축소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이슨 히켈. 2021)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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