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 발생한 F-35A 전투기 동체착륙과 F-5E 전투기 추락 등 2건의 사고는 놀랍고 안타깝다. 일촉즉발 상황에서 애기(愛機)를 살리고 비상착륙에 성공한 조종사의 군인정신도 놀랍지만, 민가를 회피하여 야산에 추락한 젊은 조종사의 죽음은 너무 안타깝다.
우리는 군인에게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죽음마저 불사하는 투혼과 헌신의 보편적 자질을 기대한다. 이는 군인의 모든 활동은 전쟁억제의 수단으로서 국토를 방위해야 하는 국가안위의 최후 보루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화가 계속될수록 군인의 애국적 열정이 점차 세상의 동기에 더 가려지고 있어 지금 이 기준은 여전히 군인정신을 정의할 수 있는 충분한 기준이 되는가 하는지는 의문이다.
사실 우리 군은 그동안 꾸준한 변화와 혁신의 노력에도 오히려 각종 사건·사고와 군 기강 해이 문제로 국민에게 많은 걱정을 안겨주었다. 더구나 최근에는 DMZ 철책 월북으로 군의 무능이 국민의 심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현대사에서 80년대 초의 정치 혼란기에는 일부 군인들의 정치 참여 행위가 국가와 국민의 이해에 상치되어, 이들과의 싸움과 민주화가 시대의 과제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서해교전과 천안함의 용사들, 북한의 백령도 포격도발 시 장병들의 헌신적인 군인정신과 용기를 국민은 결코 잊지 않는다.
그래서 잘못된 군인정신은 이제 무덤에 묻어야 하지만, 보편적 군인은 칭송해야 한다. 어쩌면 국민의 격려로 높아지는 군의 사기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보다도 더 소중하다. 나폴레옹은 “전쟁에서 군인의 사기와 정신력은 4분의 3을 차지하며, 수적 요소는 단지 나머지 4분의 1일 뿐이다”라고 했다.
새해가 왔다. 하지만 우리의 안보상황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고 불투명하다. 북한은 여전히 도발적이다. 연초부터 보란 듯한 세 번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이례적이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임기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한 약속은 무색해졌다.
더 이상 전쟁이 없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는 것은 모두의 목표이며 열망이지만 남북 간 평화공존을 위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스스로를 지키는 국방력임은 당연지사이다. 힘의 축적 없는 평화는 허상이다.
안보가 정치의 도구로 전락되어 한낱 ‘백가쟁명식’ 논란으로만 그치지 않고, 분단조국의 하늘과 바다, 땅을 지키기 위해 산화해간 영웅들의 희생과 용기를 기억해야 한다. 그저 상상 속에서 전쟁을 그리며 군사적 옵션을 이야기하고, 평화를 기대하고 있다면 그것은 너무 책임 없는 자세이다. 한국은 지금 사기충천한 용사와 지혜로운 용장(勇將)이 필요한 때다. 국가를 위해 순직한 수많은 영웅과 유족을 기린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 호원대 법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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