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북한에서는 연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군 지휘부에서는 도발은 아니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미사일 날아가는 하늘에 대고 평화만을 외치는 황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새해 벽두 1월1일에는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넘은 월북자로 인해 군의 경계태세와 기강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에 점프 귀순으로 경계 태세에 대한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던 바로 그 당사자가 다시 유사 경로로 월북한 것이다.
군 수뇌부는 2021 연말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지난해 헤엄 귀순을 계기로 전방의 엄정한 작전기강 확립 등을 통해 경계작전태세의 완전성을 제고 했다고 스스로 평가했는데 모두 헛소리에 불과했다. 우리가 믿고 의지해야 할 최후의 보루인 군에 대한 기대와 신뢰는 완전히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지난 4일 공군 F-35A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가 착륙장치 이상으로 동체 착륙한 일이 있었다. 비행 중 갑자기 조종간과 엔진을 제외한 모든 장비가 작동하지 않았다.
조종사 배 소령은 “서산기지에 비상착륙하겠다”고 보고하고 서산기지로 향했다. F-35A 기지는 청주다. 서산기지는 바닷가에 있어 도시와 가까운 청주기지와 달리 인적이 드문 기지이다. 배 소령은 해안선을 보면서 비행하면 전투기가 추락하더라도 내륙에 떨어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어 국민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서산기지를 선택한 것이다.
조종사는 바다로 기체를 포기하고 비상 탈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배 소령은 자신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동체 착륙을 선택한 것이다. 그동안 훈련을 통해 쌓은 강한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위험을 피하면서 천억여원에 달하는 국가 재산을 지키겠다는 사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어서 지난 11일에는 임무 수행을 위해 F-5E 전투기가 이륙하던 중 추락한 일이 있었다. 조종사 심 대위는 탈출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과 100m 떨어진 민간 주택가에 추락을 피하고자 끝까지 비상탈출을 하지 않고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동체착륙을 성공한 배 소령의 놀라운 능력과 군인정신, 자신의 생명까지 포기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먼저 생각한 29세의 심 대위의 희생과 헌신을 보면서 그동안 절망적인 것만 보여주던 우리 군대의 모습 속에 한 줄기 기대와 희망이 있음을 볼 수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안타깝게 산화한 고 심 소령에게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각별한 경의를 표한다.
김진형 숭실대학교 정보과학대학원 겸임교수·예)해군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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