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중·고교, 행정실서 수업시간표 짠다”…道교육청 학교 업무 재구조화 시범사업 공모

17일 경기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고영종 기획조정실장(오른쪽)과 한근수 행정관리담당관이 ‘학교 업무 재구조화 시범학교 사업 추진’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왼쪽) 이에 반발한 전국공무원 노조 경기교육청지부 조합원들이 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경기도교육청이 학교 내 비효율적인 행정업무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명목으로 추진한 ‘학교 업무 재구조화 시범학교 사업’을 강행키로 하면서 이를 반대한 교육행정직렬과의 충돌이 현실화됐다. 교육행정직 노조는 물리력 동원과 더불어 교육감 관사를 정조준하는 ‘끝장 투쟁’을 선포하면서, 내분 수습은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다.

도교육청은 17일 오전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이날부터 27일까지 ‘학교 업무 재구조화 시범학교’ 사업에 참여할 학교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시범운영 대상 학교의 사무는 초등돌봄, 방과후학교 등 초등 17개, 수업·시험시간표 등 중·고등 16개이며 공모 대상은 도내 초·중·고 가운데 시범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20개교다. 학교는 전체 교직원 중 70% 이상 동의(행정실 직원포함), 행정실 직원 중 80% 이상 동의 등의 요건이 충족됐을 때 공모 신청이 가능하다.

시범학교는 내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2년간 시범운영 사무를 교무실에서 행정실로 이관해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 업무 매뉴얼 개발, 학교 행정업무 간소화 방안 발굴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일반형 학교와 거점형 학교로 나눠 운영하며 거점형 학교는 일반형 학교에서 수행하는 과제를 조정·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시범학교 운영 지원을 위해 ▲일반직공무원 교당 2명 증원(거점형 3명) ▲학교 운영비 교당 약 2천만원 추가 지원 ▲업무 수행 역량 강화 연수 등을 제공하고, ‘시범학교 운영 지원단’을 구성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교육행정직 노조는 이 같은 도교육청 발표에 교육감 관사를 중심으로 ‘끝장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도교육청 남부청사 정문 앞에서 진행된 수요집회 장소를 교육감 관사 앞으로 변경하고, 관사에서 출·퇴근 집회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또 차기 교육감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에게 도교육청 사업 추진 강행에 대한 입장을 묻고, 공론화한다는 방침이다.

안재성 전국공무원노조 경기교육청지부장은 “전공노 경기교육청지부는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할 것”이라며 “교육청 앞이든, 관사 앞이든 투쟁 장소를 불문하지 않을 것이며 시범학교 공모에 응하려는 학교 또한 응징의 대상이 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도교육청은 교육행정실장 지역별 협의회를 비롯해 현장 공무원들과의 직접 소통 협의회, 설명회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현장과 적극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 사업으로 현장 업무 부담을 덜고,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개선해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본청 부서 간 협업체계를 통해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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