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치분권2.0 기대와 과제

지난 13일은 우리 지방자치의 새로운 역사를 기록한 획기적인 의미가 있는 날이다. 32년 만에 지역의 일을 주민 뜻에 따라 처리하게 하는 지방자치의 기본원리를 담은 지방자치법이 전면개정돼 시행한 날이기 때문이다. 주민참여 확대, 지방의회 역량과 책임 강화, 행정효율 증진을 담고 있는 개정안으로 자치분권2.0 시대를 열고 뒷받침하는 법 시행으로 많은 것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대선 정국의 여야 간 치열한 경쟁에서 자치분권2.0시대 서막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뜩이나 지방자치가 중앙정부로부터 자립하지 못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는 모습이라 아쉬움이 더욱 크다. 새로운 지방자치법 시행으로 자치분권2.0을 맞이하면서 지방정부와 의회는 내실 있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함에도 대통령선거에 몰두하는 현실의 상황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방자치의 발전을 통한 민주주의의 도약이 공허하게 외치는 구호로 그치는 모습이다.

지방의회의 부활을 시작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30년이 지난 우리의 지방자치는 늘 큰 기대와 더불어 아쉬움을 안겨줬다. 지금 우리의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로 값진 희생을 치르며 쟁취한 산물이다. 1987년 6·10 민주항쟁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생 정치로 군사독재 정부와 생사를 넘나드는 투쟁으로 얻은 성과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부활로 민주주의의 획기적 발전에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 제도가 미흡하고 경험이 짧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일부 지방 토호세력들의 청탁 비리가 만연하는 등의 허점도 노출됐다.

전면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주민참여권을 목적조항에 명시해 정책 결정과 집행에 주민들이 참여할 기회를 확대했다. 주민이 조례를 청구할 수 있도록 나이를 19세에서 18세 이상으로 확대했고 최소 동의 인원을 대폭 줄였다. 이에 따른 각 지방의회는 조례 발안 조례의 제정에 치밀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이익집단들의 무분별한 조례 청구로 이 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막는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공론화의 절차나 공공성의 확보를 위한 후속 세밀한 조치가 시급하다.

지방분권2.0의 또 다른 핵심은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관의 도입으로 지방의회의 권한이 강화된 것이다. 이를 통해 자치입법권보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나 권한만 강화하고 전문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지방의회 혁신안은 미흡한 상황이다. 주어진 권한을 효율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써 윤리특위 등과 같은 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대거 참여시켜야 한다. 새 시대를 맞이하는 지방자치의 첫 출발이 제도를 넘어 운영에도 혁신적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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