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년 전 ‘경기도 GTX’ 설계자 이한준

같은 화두로 ‘경기도 대선판’에 선방

이재명 후보는 경기지사 출신이다. 성남시장도 8년 했다. 지연의 깊이부터가 다르다. 공약 발표 자체가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기본 시리즈만 봐도 그렇다. 기본 소득, 기본 주택, 기본 금융이 경기도민엔 다 익숙하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주장해왔다. 이미 실천된 영역도 있다. 성남시에서 청년 수당을 시행했다. 경기도에선 재난 기본 소득 개념을 도입했다. 모두 처음이었다. 그에겐 도지사·시장 경력이 곧 공약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윤석열 후보가 먼저 공약을 치고 나간다. 지난 7일 경기도 공약을 발표했다. 좁히면 교통 부문 수도권 공약이다. 그 핵심이 GTX다. 1기 GTX를 연장하겠다고 했다. GTX A와 GTX C를 모두 평택까지 끌고 간다는 약속이다. 2기 GTX 3개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김포-팔당 노선(D), 인천-남양주 노선(E), 수도권 순환 노선(F)이다. 17일에 또 발표했다. 이번에도 교통이다. 주요 도심 철도를 지하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공약 점수는 유권자가 매긴다. 만점이 될 수도, 빵점이 될 수도 있다. 관심 끄는 건 공약 속에 뼈대다. GTX 공약과 철도 지하화 모두 땅속을 파고들어가는 사업이다. 경기도민에 낯설지 않은 사업이다. 2006년 어느 날부터 들었다. 대심철도, 즉 지금의 GTX 철도다. 민선 4기 경기도가 공약한 사업이었다. 설계자가 이한준씨다. 나중에 경기도시공사(GH) 사장을 한다. 그가 선거 때 김문수 후보 특보를 했고, 그때 낸 공약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공약 뒤에 그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캠프의 신도시 정책을 조언한다. 문재인 3기 신도시를 맹렬히 비난한다. 토지주택공사(LH)의 개혁도 주문한다. 그런 그가 경기도에는 조준을 섬세하게 좁혔다. ‘GTX의 연장과 신설’을 조언했다. 그만의 특기다. 도심 철도 지하화를 냈다. ‘GTX로 땅 파 본’ 그다운 발상이다. 출퇴근 시간이 곧 집값인 시대다. 비교 불가 수단이 GTX다. 도민 시선 모으는 데 성공했다.

대선 열차가 경기도 역에 진입하고 있다. 경기도 공약 경쟁이 시작되는 듯하다. 윤석열 후보는 GTX로 선방을 쳤다. 도민이 이재명 쪽을 보기 시작했다. 이 후보가 내놓을 차례다. 도민 피부에 와 닿을 작품을 내야 한다. 귀에 익은 업적-이를테면 청년 수당, 기본 소득처럼-으로는 안 된다. 유권자는 진득하지 않다. 해 뜨면 새로운 걸 원한다. 몇 년 전 시장 업적, 몇 달 전 지사 업적으로는 안 된다. 눈길을 확 빼앗을 공약이 필요하다.

안철수·심상정·김동연 후보도 마찬가지다. 피 말리는 공약 대결에 뛰어 들어야 한다. 이 혈투에서 이겨야 1,300만 거대 표밭의 승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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