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폐쇄적 요양병원, 어떤 일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노령인구가 늘면서 노인요양병원도 급증했다. 우후죽순 들어선 요양병원과 관련해 별의별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불법으로 요양기관을 설립하는가 하면, 과잉진료로 진료비를 허위 청구하는 사례도 있다. 또 노인환자를 쉽게 관리하기 위해 수면제 등 약물을 과다 투여하는 곳도 있고, 간병을 소홀히 하며 방치하는 곳도 많다. 상습 폭행 등 학대 사례도 종종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요양병원이 폐쇄적으로 운영돼 이런 실태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면회가 통제되면서 환자와 보호자가 얼굴도 못본 채 몇개월씩 단절돼 있었다. 닫힌 문 너머, 요양병원에서 환자의 안위를 위협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보호자는 알 길이 없고, 환자 또한 외부에 알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별다른 점검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본보가 코로나로 면회가 통제된 노인요양병원 실태를 점검했다. 수원에서 100개 넘는 병상을 운용하는 노인전문요양병원에 입원했던 한 노인의 사례는 참담하다. 폐암을 앓다 골반을 다쳐 거동이 불편해 요양병원에 입원했는데 6개월 만에 만난 환자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온몸의 각질이 허물처럼 벗겨졌고 살갗은 갈라지다 못해 피딱지가 맺혔다. 엉망이 된 부친을 마주한 가족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병원에선 ‘의료 과실은 아니다’라는 답변만 했다. 항의를 계속하자 ‘간병비는 환불해줄 수 있다’고 했다. 환자는 요양병원에서 퇴원 3주 후 사망했다.

관할 보건소에서 민원을 접수받고 요양병원을 현장 점검했다. 하지만 의료법에 저촉되는 사안이 아니어서 법적 처벌은 어려웠다. 환자 관리에 소홀했지만 의료과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환자를 방치한 뒤 문제가 되자 간병비를 환불해준다는 이 병원은 ‘정부 인증기관’이다. 그래서 믿고 맡겼는데 환자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하다니 가족의 분노가 크다.

상당수 요양병원이 병실 내부를 공개하지 않는다. 면회는 정해진 장소에서만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요양병원의 문은 굳게 닫혔고, 면회조차 못하게 되면서 폐쇄성은 더욱 심해졌다. 이로 인해 노인 학대나 방임, 부실한 간병 등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고 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18년 1만5천482건, 2019년 1만6천71건, 2020년 1만6천973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요양병원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절실하다. 정부는 요양병원 인증 및 조사 과정에서 환자 상태나 치료계획에 대한 보호자 고지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노인학대가 발생한 요양시설은 강력히 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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