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피고인 또는 검찰 피의자의 신변보호요청이 논란일 때가 있다. 제도의 당초 취지를 왜곡해서 요청할 때다.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위험이 있다’는 판단이 주관적이다. 상황 또한 개인적이다. 검찰·법원·경찰이 단정할 수 없다. 그러니 웬만하면 받아들인다. 이런 현실 때문에 악용이 가능하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얘기되지만, 여전히 그렇다. 정치인 사건에서도 특히 눈에 띈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19일 법원에 출두했다. 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등 혐의다. 공판은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은 시장이 신변보호 요청을 했고, 법원이 받아들였다. 일반 피고인들은 1층 현관을 통해 걸어서 입장한다. 은 시장은 차량에 탄 채 직원 전용 지하 주차장으로 갔고 직원 전용 통로를 이용해 입장했다. 때문에 언론 노출이 거의 없었다.
은 시장 측이 전 날 밝힌 요청 이유가 있다. ‘집회 등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 그랬는지 한 번 보자. 재판 당일 수원지법 주변의 집회는 없었다. 재판정도 일반인 재판정과 다르지 않았다. 20∼30명이 전부였다고 전해진다. 지목했던 신변 위해(危害) 요인은 없었다. 대신, 신변 보호 조치가 만든 결과는 확실했다. 은 시장이 언론 취재를 피할 수 있었다. 불편한 모습도 숨길 수 있었다.
은 시장이 권리라고 주장하면 주장이다. 꼭 포토 라인에 설 의무는 없다. 유죄 취급을 받을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문제를 짚으려는 특별한 상황이 있다. 많은 성남 시민이 은 시장의 신변 보호 요청 소식에 놀랐다. 왜 안그렇겠나. 지금 ‘성남’에서는 계속해서 사람이 죽어 나간다. 대장동 등 사건 관련자 3명이 숨졌다. 은 시장을 둘러싼 조폭 출신 기업가의 관련 설도 있었다.
하필 이런 때 들려온 성남시장의 신변보호요청 소식이다. 은 시장의 검찰·법원 출두가 처음도 아니다. 선거법 등에 연루돼 여러 번 나갔었다. 그러다 이번에 신변보호요청 얘기가 나왔다. 시민들의 걱정이 컸다. 이제 그 신변보호 요청의 내용은 공개됐다. ‘집회 안전 사고 우려’라고 했다. 대장동 공포, 조폭 협박 등 작금의 ‘성남 공포’와는 무관한 듯하다. 다행이다.
그러면 왜 한 걸까. 꼭 필요했을까.
신변보호요청은 국민 모두의 안전망이다. 2018년 9천442건, 2019년 1만3천686건, 2020년 1만4천773건이었다. 죄종(罪種) 중 성폭력 공포가 23%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협박, 가정폭력, 상해·폭행 순이다. 약자들 얘기다. 경찰 일손이 부족하다. 제대로 보호해주기가 어렵다. 신변 보호 요청을 스스로 선별해야 한다. 이 또한 사회구성원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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