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람 코로나 힘든데, 닭 AI까지 겹쳤다/작년에 오른 계란 값, 더 오르면 어쩌나

사람도 코로나19로 힘든데, 가금류 AI까지 쌍으로 왔다. 이번 겨울 초만 해도 급박하지는 않았다. 충청 이남에 머무는 문제로 여겨졌다. 11~12월 발생 지역이 남부 지역 위주였다. 수도권은 사육 밀집도가 높다. AI가 남기는 최대 피해는 예비적 살처분이다. 감염이 확인된 인근 축산 농가의 가금류가 몰살된다. 그 피해가 그대로 시장으로 옮겨진다. 닭, 계란 값이 폭등한다. 수도권 감염은 그래서 치명적이다.

불행히도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화성시에서 지난 22일 AI가 발생했다. 향남면 남양읍 소재 산란계 농장 2곳이다. 산란계 19만마리, 23만7천여마리가 각 각 사육되고 있다. 방역 당국이 즉시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전국 가금 농장·축산시설(사료공장·도축장)·축산차량 등의 움직임을 막았다. 동시에 살처분도 시작했다. 해당 농장과 반경 500m 이내 농장 3곳이다. 여기서 75여만 마리가 사라지고 있다.

시민에 와닿는 AI 재앙은 계란 값 폭등이다. 가계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부담이다. 여기에 지금이 시기적으로 안 좋은 이유가 있다. 1년 전 AI 여파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작년 이 맘 때 AI가 도내 양계 농가를 초토화하고 있었다. 2021년 4월까지 그랬다. 그 기간 살처분 된 닭은 모두 1천700여만수다. 그 여파가 그대로 시장에서 나타났다. 특란 30개 기준이 3천500여원에서 6천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언제나처럼 수입란 정책이 있긴 했다. 긴급할당관세를 적용해 관세를 없애줬다. 그렇게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수입된 계란이 8천790만개다. 하지만 턱도 없었다. 그건 예년 생산량의 2.3%에 불과했다. 그 때 오른 계란 값이 1년을 넘어 간다. 24일 한국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 발표 계란 값은 6천610원이다. 많이 올랐다던 지난해보다 25.5% 더 높다. 이 와중에 AI가, 그것도 경기도에서 또 발생한 것이다.

큰 걱정 없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 방역 살처분 기준이 완화됐다. 종전 반경 3㎞에서 500m로 좁혀졌다. 그만큼 덜 몰살 당하게 됐다. 난각(계란 껍질)에 산란 일자를 표기하는 제도도 생겼다. 이건 매점 매석을 막는 수단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이 모든 가설은 AI를 초기에 잡았을 때 성립된다. 수도권 축산 농가가 뚫리면 다 무너진다. 엊그제 화성 지역이 무너졌다. 물 샐 틈 없는 방역망이 필요하다.

안 그래도 가계가 힘들다. 높은 물가에 허리가 휜다. 설상가상이다. AI까지 겹쳤다. 계란 값 또 오를까 겁난다. 사람 코로나 피해가 시민인데, 가금류 AI 피해도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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