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험 도사린 폐건물 방치, 주민들은 불안하다

도심 곳곳에 짓다가 멈춘 폐건물들이 있다. 뼈대만 드러낸 채 10년, 20년 장기 방치된 것들도 상당수다. 철골 골조가 붉게 녹슨 채 버려졌거나 아무렇게 쌓여있는 건축 자재들이 흉측하기 그지 없다. 이는 도시 미관을 해칠뿐 아니라 붕괴나 추락사고 위험 등 안전문제가 우려된다. 청소년 비행장소로 전락하기도 한다.

주민 통행이 빈번한 곳의 폐건물은 건축 자재가 언제 떨어져 내릴지 몰라 불안하다. 해당지역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며 폐건물에 대한 안전조치나 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선 폐건물이 사유재산이어서 철거나 정비를 강제할 수 없다며 나몰라라 하고 있다.

본보가 경기도내 폐건물을 점검했다.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시공사 부도로 12년째 공사가 멈춰있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드러난 채 주변엔 시멘트 포대가 널브러져 있고 잡초도 무성해 을씨년스런 모습이다. 해당 아파트는 준공된 건물이 아니기에 안전점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남시 신흥동의 반공회관도 비슷한 상황이다. 성남시유지에 군사정권 당시 지어진 불법 건축물로 성남시와 정부 사이에 소유권 분쟁이 일었다. 장애인단체가 2010년 이전한 뒤엔 건물이 빈 상태로 흉물 그 자체다. 이곳 주민들 역시 오랜 기간 방치로 미관을 해치고 안전이 걱정된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안양역 앞에는 공사가 중단된 채 25년째 방치돼 있는 원스퀘어 건물이 있다. 1996년 지하 8층, 지상 12층 규모로 착공됐으나 시행사 부도로 2년여 만에 공사가 중단됐다. 화성 향남신도시와 접해 있는 ‘제약공단 아파트’도 폐허 상태로 장기간 방치돼있다. 이 곳은 주거지역에 인접해 있어 폐허 아파트가 주변 지역을 슬럼화시키고 있다.

현재 경기도내에서 공사가 중단된 지 2년 넘은 건축물은 14개 시 군에 35곳으로 집계됐다. 폐건물은 해빙기가 되면 얼었던 곳이 녹으며 터파기 했던 부분의 지반이 약해지고, 기존에 생겼던 건물 균열은 더 커질 위험이 있다.

폐건물은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3년마다 정비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후 각 시 도에 기본계획을 통보하면, 지자체는 그에 따른 정비계획을 수립해 안전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사유재산인 탓에 지자체도 철거나 정비를 강제할 수 없고 현실적으로 소송이나 비용, 권리관계 등의 문제에 부딪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폐건물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주변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정부와 지자체는 외면하지 말고 접근 금지 등 철저한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 주민 안전을 위해 멸실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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