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市 상징새 두루미 많이 볼 수 있기를

지난 22일 강화도에서 ‘인천 두루미 네트워크’가 출범식을 가졌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인천시 등 14개 기관·시민단체가 참여한 이 모임은 두루미(학:鶴)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천연기념물’ 202호이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두루미는 현재 전 세계에 3천여 마리만 남아있다고 한다.

두루미 보호에 인천이 나선 것은 무엇보다 이 새가 인천을 상징하는 새, 곧 시조(市鳥)이기 때문이다. 인천시 홈페이지에 보면 두루미를 시조로 삼은 이유에 대해 “인천이 두루미의 도래지이면서, 송학동·청학동·선학동·학익동 등 학을 상징하는 지명이 많고, 특히 문학동은 인천의 옛 도읍지이기 때문”이라고 나와 있다.

시베리아의 우수리 지방과 중국 북동부 등지에 사는 두루미는 겨울이면 한국을 찾아온다. 한국에서의 주된 겨울나기 장소는 인천 강화도의 갯벌이나 서구 연희·경서동 일대,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일대 비무장지대라고 한다.

이런 사연 때문에 두루미를 인천의 새로 뽑았다니 나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문학이나 청학 등이 학을 상징하는 지명이라는 설명은 틀린 것이다. 이들 이름에서의 ‘학’은 ‘두름/둠’이라는 우리 옛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두르다’의 명사형이며, ‘두르다’는 ‘주변을 빙 둘러싸다’라는 뜻이다. 땅 이름에서 ‘두름/둠’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나 ‘우묵하고 깊숙한 땅’을 말한다. 때로는 ‘산 속 깊숙한 외딴 곳’을 말하기도 했고, 산 자체를 나타낼 때도 썼다.

그런데 이 ‘두름’의 발음이 ‘두루미’와 비슷하다 보니 이 말을 한자로 바꿀 때 ‘鶴’ 자를 쓴 곳이 우리나라에 많다. 이는 ‘두름’을 ‘두루미’로 잘못 알았거나, 새로 짓는 이름에 기왕이면 좀 더 좋은 뜻을 가진 글자를 갖다붙여서 생긴 일이다. 어느 쪽이든, 이 탓에 원래 산을 뜻하는 이름이 난데없이 두루미가 되고, “산의 모양이 학을 닮았다”는 엉뚱한 말까지 만들어 냈다. 문학산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청학·선학·학익동은 모두 문학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 그 어느 곳도 사실 두루미와는 관계가 없다. 중구 송학동(松鶴洞)은 ‘두름/둠’과 관계없이 동네에 소나무<松>가 많고, 학처럼 고고한 기풍이 있어 광복 뒤에 새로 지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사실은 이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루미 보호가 의미 없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두루미 숫자가 많이 불어나 수천·수만 마리씩 인천을 찾아주면 좋겠다. 도무지 보기가 어려우니 ‘시조’라는 말이 무색하고, 아쉬워서 하는 말이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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