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휘청거리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착공할 수 있겠나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조성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휘청거리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겠다고 발표한 지 3년이 돼가는데 아직 첫 삽도 못 떴다. 지난해 1월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5차례나 연기되며 지지부진한 상태다. 새 공장을 2026년 가동한다는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와 협력사 등이 414만8천㎡(126만평) 부지에 차세대 메모리 생산 기지를 짓는 사업이다.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4곳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착공이 연기되면서 진행이 순조롭지 못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예외 사례로 인정하는 정부 심의에만 2년이 걸렸다. 비수도권 지자체 눈치를 보느라 결정을 계속 미뤘고,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반발하면서 시간만 허비했다. 인근 지자체에서 환경영향 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시 6개월 이상이 소모됐다. 토지 보상을 둘러싸고 원삼면 주민들의 반발도 크다.

각종 불합리한 규제와 토지 보상 문제 등으로 공장 건설에 6~7년이 걸리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K반도체’의 경쟁력이 추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 목표대로 2026년에 공장을 가동한다 해도 부지 선정에서 가동까지 7년이 걸리는 셈이다. 공장 건설에 걸리는 시간이 2년 정도인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3배 정도 진도가 느리다.

‘반도체 강국 코리아’를 이끄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정작 우리나라에선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반도체 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도 ‘대기업에 혜택을 주면 뒷말이 나온다’ ‘수도권에 투자가 쏠리면 지방이 소외된다’는 정치 논리에 밀리며 반쪽짜리 법으로 통과됐다. 반도체 기업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반도체 인재 육성, 세제 혜택 확대는 법안에서 삭제되거나 대폭 축소됐다. 정부와 국회 협의 과정에서 대기업 견제, 지역균형 개발, 통상 마찰 우려 등의 논리에 밀려 초안은 누더기가 됐고, 그나마도 해를 넘겨 간신히 통과됐다.

SK하이닉스가 공장 설립 지연에 따른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용인에 공장을 세울 수 있는 시점이 미뤄질 경우 다른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반도체는 해외 경쟁사들과의 속도 경쟁에서 밀리면 앞선 기술력이 의미가 없다. SK하이닉스의 공장 착공을 더 이상 늦추면 안된다. 정부와 경기도, 용인시 등은 국가 경제와 미래를 위해 필요한 행정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주민들과의 갈등 조정에도 적극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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