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전자발찌 살인 ‘강윤성 사건’ 이후 개선책 마련했으나
인력부족·지자체 참여 저조에 한계… “정책 발굴 추진 중”
법무부가 지난해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내놓은 재발 방지 대책이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미봉책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법무부와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작년 8월 성범죄 전과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연쇄 살인을 저지른 이른바 ‘강윤성 사건’으로 수사 당국과의 공조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검·경 간 공조체계 강화, 24시간 현장 대응 신속수사팀 발족 등 제도 개선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자발찌 위반사항 발생 시 현장 출동하는 도내 신속수사팀의 인원이 고작 14명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현장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도내 신속수사팀은 수원(8명)과 의정부(6명) 등 총 2곳에 설치돼 있으며 오산, 용인, 화성 등 19개 지자체를 수원이, 동두천과 연천, 강원도 철원 등 11개 지자체를 의정부가 관할하고 있다. 신속수사팀 1명이 1만195㎢의 경기도 면적 중 728.2㎢를 맡고 있는 것이며, 이는 서울시 면적(605㎢)보다 큰 규모다.
이러한 인력 부족 문제는 전자발찌 부착자를 관리하는 전자감독으로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전자감독 담당자 수는 70여명으로, 이들이 담당하는 관리인원은 연평균 12~13명 안팎을 오가고 있다. 더욱이 이중 일부는 전자감독 외에 일반 보호관찰을 겸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더불어 전자발찌 이상신호 발생 시 실시간으로 지자체 CCTV를 열람해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연계 시스템에 대한 지자체 참여도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법무부와 지자체 CCTV 연계 지역 가운데 경기도의 경우 안산과 부천을 제외한 나머지 시·군에선 연계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상으론 경찰과 소방과의 연계는 돼 있지만 법무부 측과의 시스템 구축은 안 돼 있다”라면서 “서버 업그레이드, 장비 구매 등 추가 예산이 들어가고 예산 규모도 커, 연계 시스템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자발찌와 관련한 법무부의 정책이 인력 부족과 지자체 참여 저조 등으로 발목을 잡히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신속수사팀 운영 효과성 제고를 위한 확대 운영을 추진하고 있으며, 필요한 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재범방지 대책 외에도 첨단기술을 활용해 전자감독의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국민이 직접 전자감독의 효용성을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발찌 훼손자 정밀한 위치 추적… 현행법이 ‘발목’
통신사 기지국 정보에 그쳐… 휴대전화 GPS는 활용 불가 관련 법 개정안은 계류… 전문가 “새로운 보안 처분 필요”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은 가운데 현행법상 전자발찌 훼손자들의 정밀한 위치를 추적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지만, 수개월째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6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전자발찌 훼손자 발생 시 현행 위치정보법상 피부착자에 대한 위치는 통신사 기지국 정보에 그치고 있다. 이 경우 반경 300m부터 500m까지 위치가 확인되며, 넓은 오차범위로 피부착자의 신속한 추적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 전자발찌를 훼손해 버리는 경우 감시 대상자의 추적이 불가능하다.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를 활용하면 오차범위를 10~20m 이내로 좁힐 수 있지만, 현행법상 위치정보는 자살 의심자, 다른 사람의 생명 보호 등 긴급구조를 위해서만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강윤성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는 과정에서 여성 2명을 연쇄 살해한 강윤성을 수사하던 경찰이 현행법에 막혀 한동안 그가 소지했던 휴대전화의 정확한 위치를 추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강윤성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된 때는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약 2시간20분이 지나면서다. 이 당시 강윤성을 알고 지냈던 한 목사가 경찰에 “강씨가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라고 신고하면서 본격적인 추적이 시작됐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법적 한계점을 해결하고자 법안 발의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강윤성 사건 이후인 지난해 11월 경찰서와 보호관찰소가 전자발찌 피부착 대상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거나 이동경로를 탐지할 수 없는 경우 개인위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위치정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도읍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전자발찌를 훼손하더라도 보다 신속 및 정확하게 범죄자의 위치를 파악해 검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3개월이 다 되도록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계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법안 마련과 별개로 전자발찌 피부착자들의 잇따른 범죄에 대해 경찰과 법무부 간 핫라인 및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새로운 형태의 보안 처분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나서도 범죄를 지속적으로 저지른다면, 이는 교화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이 경우 보호수용제를 포함해 새로운 형태의 보안 처분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경기지역 내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폭력 사범들의 재범 건수는 총 3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정민훈·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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