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前 지사 부인·공무원 감사 착수/행정 스스로 정치에 휘말려 들다

경기도의 감사 착수는 옳은가. 비위 의혹은 밝혀야 하고 여기엔 이견이 없다. 행위자의 소속 기관이 경기도라면 더 그렇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부인 문제다. 김혜경씨를 모시는 공무원들의 비위 의혹이다. 과도한 의전 논란이 불거졌다. 법인카드 횡령 의혹도 불거졌다. 경기도 공무원에 의한 의전이다. 경기도비로 지급된 법인카드다. 감사 착수하겠다는 게 이상할 게 없다. 성역 없는 감사 정신에도 부합한다.

그런데 이번은 아니다. 행위 주체들이 퇴직했다. 배모 사무관은 지난해 9월, 폭로자 A씨는 같은해 10월에 나갔다. 김혜경씨도 퇴직한 전직 도지사의 가족이다. 전부 민간인이다. 강제 소환, 강제 추궁의 방법이 없다. 스스로 감사실을 찾아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과거의 예라면 당연히 수사 기관에 넘겼을 것이다. 이미 관련 고발도 접수돼 있다. 그런데도 도가 감사 착수를 전격 발표했다. 사건 먼저 찜하기도 아니고.

피감사자들의 협력이 있을 수는 있다. 감사를 언급한 것이 이재명 전 지사다. 피감사자 측인데도 선제적으로 감사를 요청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감사 협조를 기대할 수 있다. 배 사무관이 스스로 도 감사실에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 경우 제기될 문제는 신뢰다. 안 그래도 경기도 감사관실의 구성 논란이 있다. 감사관이 이 전 지사가 임명했다. 일부 공무원은 이 전 지사가 승진시켰다. 셀프 감사라고들 비난한다.

감사 대상을 구분한 것도 이상하다. 업무추진비 법인카드 유용만 하겠다고 했다. 과잉 의전을 다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과잉 의전과 관련된 별정직 공무원 채용, 역할 등은 인건비가 수반되는 중요한 도정 영역이다. 그런데 제외 시킨다는 것이다. 이 전 지사가 성남 시장일 때도 불거졌던 문제다. 과잉 의전과 배씨의 역할을 성남시의회가 문제 삼았다. 감사를 착수하면서 굳이 이걸 빼는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궁금한 게 있다. 감사 착수를 결정하는 그 날 과정이다. 지난 3일 이 전 지사가 감사를 요청하자 도는 “감사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랬다가 1시간여만에 “즉시 감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이 1시간 동안 무슨 사정 변경이 있었던 것인가. 감사관실의 뜻인가. 아니면 지사 직무대행의 뜻인가. 아니면 다른 정치적 판단에 의함인가. 확인하기 어렵다. 대신 분명한 게 있다. 그 순간 경기도는 정치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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