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2년 단일화 옳게 해석해야/파기 당한 쪽이 이긴 선거였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성공한 단일화일까. 그걸 단일화라고 기록해도 좋을 것인가. 아무도 묻지 않은 이 화두를 새삼 꺼내 볼 필요가 생겼다. 그때처럼 대통령 선거는 한 달도 안 남았다. 이번에도 단일화가 대선 판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단일화가 곧 필승이라는 셈법이 명제처럼 여겨지고 있다. 묵묵히 지켜 보는 유권자는 어떤 생각일지 궁금하다. 그래서 2002년 그때를 되돌아 보려고 한다.

그해 대선은 12월19일이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했다. 선거일까지 한 달도 안 남은 11월24일이었다. 노 후보는 정 후보의 결단에 감사를 표했고, 정 후보는 노 후보 당선에 협조를 약속했다. 이 아름다운 모 습이 판도를 바꿨다. 노무현 후보가 앞서기 시작했다. 역사는 이를 단풍(단일화 바람)이라고 기록했다. 한 달 전 열세를 극복한 대단한 역사로 적었다.

그런데 알다시피 그 단일화는 깨졌다. 선거일을 2시간 앞둔 한밤중이었다. 정몽준 대표가 단 일화 파기와 노 후보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노 후보 측 선대위원장 등이 국민통합21 사무실을 방문했다. 소용 없었다. 노무현 후보가 직접 정 대표 집을 찾았다. 만나지 못했다. 2002년 대선의 단일화는 그렇게 깨졌다. 다 끝났다고 예상하던 그날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단일화 실패한 노 후보의 승리였다. 단일화에 의미를 두는 의견이 있다.

단일화 파기에 의미를 두는 의견도 있다. 정답이 있겠나. 어차피 정답 없는 역사의 가정일 뿐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표심을 넘겨짚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내가 판을 깼다’고 믿은 정몽준 대 표, ‘선거 이겼다’고 자신한 이회창 후보, 모두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 되레 끝까지 조아리고 읍소한 노 후보가 선택을 받았다. 되짚어볼 가치로 충분하다. 지금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의 중심이다. 야권 단일화, 여권 단일화가 다 얘기 된다. 어느 쪽에서는 총리직을 던졌다는 얘기가 있다. 어느 쪽에서는 더 큰 거래를 도모한다는 얘기도 있다.

단일화가 선거의 끝인양 말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이번 주 들어서 양 당은 유권자 마음보다 안철수 심기를 더 살피고 있는 눈치다. 당당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는 짓이다. 한 달 뒤 표심을 읽을 재주가 누구에 있겠나.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주위의 분위기는 그대로 전해줄 수 있다. 안 후보에 매달리는 여야 후보 모습, 안쓰럽다고들 한다. 양 당 사이에 셈하는 안 후보의 모습, 볼썽사납다고들 한다. 그러면서 단일화 결과는 대박 아닌 쪽박일 수 있다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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