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철 때문인지 얼마 전부터 도하신문에서 ‘천명미상’이라는 용어가 자주 비친다. 이 말은 시경(詩經) 대아(大雅) 편에 나오는 글이다. 이는 ‘천명(天命:하늘의 명령)은 일정하지가 않다’는 말로, ‘하늘은 오직 덕을 지닌 사람을 돕는다’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늘은 오직 덕이 있는 사람을 도와주고, 민심은 오직 덕을 베푸는 사람을 원한다’는 의미다.
그런가 하면 고사에 ‘하늘은 반드시 백성의 소망을 따른다’라는 말도 있다. 백성의 판단을 하늘은 믿고 정해준다는 것으로, 백성의 뜻이 제일임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는 말도 있고, 덕(德)만이 정치를 잘하는 근본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에서야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있겠는가.
대통령선거 일이 다가오자 신문과 방송 대부분이 선거 관련 얘기로 미어진다. 이제 선거가 끝나면 누구든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를 선두에서 이끌 대명(大命)이 지워진 사람이 결정된다. 전 국민은 이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쳐 따르며 미래를 위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지도자는 소수 권력과 이익에 편을 드는 소덕(小德)이 아니고, 국민을 존중하며 국민이 원하는 곳으로 대덕(大德)으로 나라를 곧게 이끌며 같이해야 한다. 국민은 당연히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덕과 정직에 의해서만 함께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인지 후보들은 오로지 자신만이 덕을 지니고 있다고 민심을 향해 외치고 있다.
반면에 권력과 도덕이 일체라는 말은 옛날에나 통할 얘기이지, 오늘날의 사회는 도덕적 기준만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강하다. 하지만 도덕성을 잃은 권력은 늘 꾸짖음을 당했다.
국민은 16세기 초 서양의 정치가 ‘마키아벨리’가 주장한 ‘권력과 도덕은 별개다’라는 논리에도 이미 익숙하지만, 아마도 민심은 소덕과 대덕을 구분하면서 지극히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다. 후보자들의 능력 구분과 정책 타당성 비교, 그리고 덕망을 판단하는 민심의 잣대는 엄정할 것이다. 과연 민심과 천심은 누구를 꼽고 있을까? 얼마 후 내려질 천명이 궁금해진다.
황용선 前 파주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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