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먹고 살기 힘든데, 이 와중에 소주값 인상이라니 참…”
고물가 속에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대표 식품인 소주마저 가격을 올린다는 소식을 접한 경기도내 요식업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대한주정판매가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에탄올)’을 7.8% 올리면서 10년 만에 가격이 인상됐다. 최근 원재료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주요 식료품들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소주값 또한 인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공요금, 식자재, 농·축산물, 과일 물가에 이어 소주값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에 도내 자영업자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봉준씨(38)는 소주값 인상 소식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소주값이 기존보다 천 원 오른 5천 원이 될 확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에 따른 초강력 방역 조치에, 고물가로 인해 손님들이 주머니를 잘 열지 않는데, 소주값마저 인상되면 지금 시국에 더 발길이 뜸할 것 같다면서 착잡한 마음을 토로했다.
김씨는 “주류업계에서 소주 값을 올려도 인상된 가격을 곧바로 적용하는 가게들은 없을 것이다. 결국 자영업자들만 업계와 손님 그 중간에서 금전적인 피해를 보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어려운 시국에 소주값 인상을 운운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내 주류도매업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평택시에서 주류도매업에 종사하는 김덕환씨(57·가명)는 소주값 인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일부 업체에서는 사재기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 역시 지금보다 더 많은 물량을 확보, 창고에 보관하는 방안을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 조치에 따른 거래처의 영업 제한에, 회사의 수입이 상당히 저조한 상황임에도 지금 빨리 소주를 사두지 않으면 타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와 관련, 이춘식 경기남부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 회장은 “가격 인상은 제조사의 고유 권한이므로 유통에서 이에 관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도 “대한민국에서 소주가 가진 특수성 때문에 가격 인상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다. 코로나 시국도 그렇고, 주류업계는 가격 인상에 대해 조심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제언했다.
한편 잇따른 가격 상승 압박에 소주 업체 측은 아직 가격 인상 여부가 결정된 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측 모두 “가격 인상 요인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직 내부에서 정확히 논의된 바는 없다.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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