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학교 10곳 중 6곳, 학생 인권 역행

월례행사 소지품검사, 두발 단속에 다문화학생 검은 염색 강요까지

#. 인천 부평구의 A중학교는 월례행사로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소지품을 검사하고 있다. 종례시간이면 학생 전체를 복도로 내보내고, 학생들의 사물함을 하나씩 확인한다. ‘교직원의 판단에 따라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다’는 학교 생활규정을 근거로 ‘교실위생’을 지킨다는 명목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해당 검사가 소지 물품을 검열하고, 질책하기 위한 수단에 그친다고 말한다. 이 학교 학생 B군(14)은 “음식물을 사물함에 오래 두면 교실에 벌레가 생긴다면서 사물함을 검사하는데, 요즘 사물함에 음식을 넣어두는 사람이 어디있냐”며 “검사하는 걸 봐도 그냥 물건들 뒤져서 혼내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 인천 남동구의 C중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학생 D양(15)은 최근 학교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머리색이 갈색인 D양에게 학교 측이 ‘검은 머리로 염색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 생활규정상 염색을 금지하고 있어 D양의 머리색이 튄다는 이유다. D양은 “원래 머리색이 갈색인데, 이걸 무조건 검은머리로 염색하라고 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학교에서 마치 문제아 취급을 해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인천지역 중·고등학교 10곳 중 6곳 이상이 학생 인권 보장에 역행하는 생활규정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2018년부터 ‘소지품검사’와 ‘복장 및 두발 제한’ 및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의 규정을 삭제하도록 권고하고 지난해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법적 근거까지 마련했지만, 인권침해 조항은 여전하다.

13일 인천시교육청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중·고등학교 265곳 중 164곳(61.8%)이 ‘소지품 검사’와 ‘두발 및 용모 단정’, ‘휴대전화 사용 금지' 등의 인권침해 조항을 생활규정에 담고 있다.

시교육청이 2019년부터 해마다 ‘중·고등학교 생활규정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지만, 권고만 할 뿐 해당 조항의 삭제 등 강제 권한이 없어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A중학교 관계자는 “위생적인 목적에서 검사를 했을 뿐이며, 관련 규정의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고, C중학교 관계자는 “올해 교육구성원들이 합의한 새로운 생활 규정을 마련하는 절차가 마무리단계”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생활규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꾸준히 하겠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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