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포츠의 겨울 축제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올림픽은 원래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국제 스포츠 행사다. 한편으로는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외교 행사이기도 하다.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주요 세계 정상들은 물론 북한 대표단까지 방문해 스포츠를 통한 인류평화의 소망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었다.
그런데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시작부터 모양새가 달랐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많은 나라가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고 정부 공식 사절 참석 없이 선수단만 참가시켰다. 평화와 화합의 상징인 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에 대한 문제 때문이다. 신장위구르 지역과 중국 내의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등에 대한 무력행사, 위협적 행위가 인류의 가장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중요시하는 민주국가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이다. 그래도 4년을 기다리며 실력을 갈고 닦았던 선수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어 총 91개국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열띤 경쟁을 기대했다.
그런데 올림픽이 시작되자마자 스포츠 정신에 대한 말들이 많다. 개최국 중국은 쇼트트랙 첫날 3종목 중 2개의 금메달을 가져갔지만, 편파판정 시비가 문제가 됐다. 2천m 혼성계주 결선에서 ‘노터치’가 된 상태에서 금메달을 가져갔다. 또 한국 선수의 황당 실격에 이어 결승에서 중국 선수가 양팔로 헝가리 선수를 결승선 직전 잡아당기는 장면이 확연히 있었는데도 헝가리 선수가 실격 처리되는 일이 생겼다. 이를 본 전 세계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15일 여자 피겨스케이트 쇼트프로그램 빙판 위에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되고도 피겨스케이팅 싱글 쇼트프로그램 출전을 강행한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를 바라보는 전 세계 중계진은 이른바 ‘침묵 중계’로 항의의 뜻을 표했다. 공정의 가치가 실종된 올림픽 무대 앞에서 모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스포츠는 공정한 경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상식이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무너져 버린 것이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인류가 갈망하는 평화와 화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정한 경쟁과 상식에 맞는 결과에 중요한 의미를 둔다.
지금 우리나라는 중요한 지도자를 뽑는 선거 레이스가 진행 중이다. 레이스에 참여한 사람들이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국민의 마음은 스포츠 경기에 바라는 것과 같이 ‘공정과 상식’이 답이라는 것이다.
김진형 숭실대학교 정보과학대학원 겸임교수·해군 제독 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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