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江에 침몰한 건축물, 양평 세미원 배다리/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던 다리였다니

전쟁통에 끊어진 한강 다리가 아니다. 쓰나미에 폐허가 된 어촌 마을이 아니다. 혈세 25억원 들여 만든 시설물이다. 국가 대표 정원이라고 자부하던 곳의 진입로다. 이런 시설물이 침수된 모습으로 눈 앞에 나타났다. 본보가 참담한 모습을 보도했다. 이어진 방송 화면도 줄을 이었다. 독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 세미원 배다리. 양평군의 자랑이라던 이 시설의 현재 상황이다.

2012년 7월31일 설치됐다.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연결했다. 총 길이 245m, 너비 4m의 거대한 시설이다. 이 다리 가운데 175m 구간이 배다리다. 수 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던 시설이다. 이 다리가 언제부턴가 이상했다고 한다. 물도 퍼냈다고 한다. 그러다 결국 12일 낮부터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금은 배다리의 70% 이상이 침수됐다. 배다리 연결 부위가 강물 결빙으로 뒤틀리면서 그 힘을 버티지 못했다는 게 설명이다.

날씨가 추워서 다리가 무너졌다는 얘긴데. 정말 황당하다. 겨울 강 바람 매섭기야 수 천 년 이어진 일이다. 이번 겨울 양평에 수온주가 상상 못하게 내려간 적도 없다. 공사 당시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2011년 2월24일부터 2012년 7월31일까지 추진했다. 그 사이에 겨울 한 계절이 온전히 포함됐다. 당연히 감안할 수밖에 없었을 계절적 환경이다. 그런데 새삼 얼음 때문에 다리가 무너졌다고 말한다. 얼음 책임이라고 한다.

안전 행정도 안 보인다. 기본적으로 나뭇배를 연결해 물에 띄우는 방식이다. 반드시 썩게 돼 있다. 언젠가 무너지게 돼 있다. 정기적인 안전 관리가 필수다. 그런데 9년 동안 안전진단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놓고 구경 오라는 광고만 해댔다. 기억을 되짚어 2012년 준공식을 보자. ‘배다리 준공으로 연간 150만명이 세미원을 찾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안전진단도 안 한 다리 위로 연간 150만명을 초대해온 것 아닌가.

세미원 배다리는 행정이다. 양평 행정이 책임져야 한다. 설계 또는 실행의 부실을 찾아야 한다. 그 부실을 감독 못한 양평 행정을 밝혀야 한다. 그 후에 빚어진 안전 행정 부재도 따져야 한다. 다리가 설치된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양평 행정 10년이 모두 대상이다. 세미원 배다리 침몰이 한 두 달의 일이었겠나. 짐작컨대, 오랜 시간 서서히, 무섭게 진행됐을 것이다. 그 원인과 책임을 밝히는 게 우선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세미원 다리 무서워서 다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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