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자치 역행하는 지자체장 간선제 논의, 즉각 중단해야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는 서구 선진국에 비하여 아주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헌법에 민주주의 정치체제 지향을 규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군부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지방자치는 실시되지 못했다. 이후 1987년 민주화와 함께 1991년 지방의원 선거, 그리고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하여 비로소 지방자치시대를 맞게 되었다.

지방자치제도가 이제 겨우 27년 밖에 되지 않았으며, 아직도 민주주의의 풀뿌리인 지방자치가 정착되기 위해 여러 가지 해결과제가 산적해 있다. 때문에 국회는 수원시를 비롯하여 100만 명이 넘는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특례시로 승격시키는 등 여러 가지 개선책을 담은 지방자치법을 지난해 연말 전부개정, 올해 1월부터 실시할 정도로 지방자치 제도화를 위한 보완책이 계속 논의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지방자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난데없이 지방자치단체장 선출 방식을 ‘간접 선거제’로 변경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으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일 행정안전부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 기관 구성형태 변경에 관한 특별법’ 초안에 포함된 지자체장 선출방식은 크게 3가지이다. 즉, 행정·전문가 중 지방의회가 선출, 지방의원 중 지방의회가 선출, 현행 직선제 유지를 하되 지자체장 권한을 지방의회로 분산하는 내용이며, 이에 대한 의견을 오는 24일까지 각 지자체에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후 일부 지자체에서 단체장 직선제 실시와 관련되어 선거 시 매표행위, 단체장의 금품수수, 각종 인허가 비리 등이 있어 지방자치 폐해에 대한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지방의회보다 지자체장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제도 개선, 주민의 감시체제 확립, 지방의회의 역할 강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자체장에 대한 감시·견제활동을 강화해야지 일부 지자체장의 비리 등을 이유로 지자체장을 간선제로 선출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올해 초 시행에 들어간 지방자치법의 ‘자치단체 기관 구성의 다양화’ 특례 규정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해도 이 규정 자체를 지방자치 현장에서도 잘 모르고 있어 뜬금없는 정책추진이다.

지방자치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사안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 되어야 함은 물론 논의의 중심도 정부나 정치권이 아닌 지방이어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장 간선제는 주민이 직접 투표로 단체장을 선출하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음을 명심하여 즉각 논의 자체를 중단하고 지역민과 함께하는 건설적인 지방자치 발전책을 논의해야 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