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말·비방 요란한 대선, 정치 혐오 부추긴다

3·9 대통령 선거의 공식선거운동이 본격화한 가운데 네거티브 공세가 점입가경이다. 상대방에게 저주를 퍼붓고 적대와 증오를 부추기는 막말 등 저열한 선동이 난무하고 있다. 최악의 비호감 선거로 평가되는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다.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의 한 인물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본뜬 인형을 만든 뒤 저주를 퍼붓고 목과 두 팔, 두 다리를 차례로 다섯토막 낸다는 뜻의 ‘오살(五殺)’ 의식을 벌였다. 술에 취해 한 일이라고 사과했지만 어처구니 없다. 가수 안치환씨가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이라는 신곡으로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성형을 비판한 것도 지나친 인신공격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또 대중연설에서 부각해야 할 윤 후보 문제점으로 ‘무능·무지, 주술,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보복정치 공언’ 등 4가지를 제시했다. 내부 문건에선 ‘폭탄주 중독 환자에게 국정 운영을 맡길 수 없다’, ‘평생 검사랍시고 국민들을 내려다본 사람’,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는 ‘조작의 여왕’’이라는 유세 문구도 공유했다.

국민의힘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윤 후보가 직접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17일 수도권 유세에선 민주당을 ‘전체주의 정당’으로 규정하며 “독일의 나치, 이탈리아의 파시즘,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이 하던 짓”이라고 했다. 자신의 ‘문재인정권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한 민주당 반발을 재반박한다며 한 얘기다. 윤 후보는 19일 울산 유세에선 “50년 전 철 지난 좌파 혁명이론을 공유하는 사람들, 소위 비즈니스 공동체”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 부인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선 “김혜경과 기생충이 먹어댔다”고 했다. 21일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한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진보진영 명망가들이 ‘전과4범-패륜-대장동-거짓말’로 상징되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 후보를 ‘괴물 대통령’ ‘썩은 사과’에 비유했다.

양당의 낯뜨거운 비방전은 누가 더 쎄고 더 저급한 말을 내뱉는가 내기를 하는 듯하다. 외신까지 ‘한국의 민주화 역사상 가장 역겨운 선거’(더타임스), ‘추문과 말다툼, 모욕으로 얼룩졌다’(워싱턴포스트)고 혹평하고 있다. 선거판에 헐뜯는 소리만 요란하고, 시대정신이나 거대담론 같은 토론은 없다. 어떤 후보가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비전·정책을 가졌는지 검증하기 쉽지 않다. 국민이 혐오하는 흑색선전과 네거티브를 일삼으면서 표를 달라 하면 안 된다. 양당 모두 자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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