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주기 중 청년기는 학업, 결혼, 출산 등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사회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의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인천에서는 지난 2020년 청년 인구의 감소가 전체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는 문제를 겪은 이후 인천시가 나서 청년부채 문제 등을 해결하고 청년 인구 유입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2차례에 걸쳐 인천청년의 부채 실태를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대출금 때문에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아직도 약을 먹고 있고요. 그냥 다 하기 싫었어요. 아무도 만나기 싫고, 관심도 없고.”
인천에 사는 A씨(33)는 학자금 대출로 은행에서 약 2천200만원을 받은 이후 개인파산 신고까지 한 경험이 있다. 현재 A씨는 어머니 수술비로 1천만원의 빚을 또 지고 있다. A씨에게 빚은 마음까지 병들게 만든 커다란 짐이다. A씨가 주말도 없이 일하며 얻은 것은 결국 무기력과 우울감이다.
“눈 뜨면 한숨 쉬고 눈 감을 때 한숨 쉬고 했던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안 하고 소주 1병 마시고 자야하는 것 있잖아요. 그런 감정이 빚을 일부 갚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던 것 같아요.”
부모님을 여의고 인천에 살고 있는 B씨(33)는 같이 사는 동생의 합의금 등으로 그동안 900만원의 빚을 진 상태다. 이후 B씨는 빚더미에 앉았다는 생각에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을 매일 느껴야 했다. B씨의 답답한 마음은 일을 하면서 빚을 일부 갚고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 청년들이 빚으로 고통받고 있다. 인천의 청년 5명 중 1명 이상이 빚을 지고 있는 가운데 부채보유 청년 중 절반 이상은 학자금과 생활비 등을 위한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금전스트레스와 우울감은 다른 부채보유 청년보다 크게 나타난다.
23일 인천시에 따르면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패널2007 13차(2019) 조사’에서 만19세∼39세 인천청년의 부채보유 비율은 21.3%다. 서울(19.9%)과 부산(7.6%) 등 다른 특·광역시보다 높은 비율이다. 전국 평균 16.7%과 비교해도 4.6%p가 높다.
이와 함께 시가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인천에 사는 만19~39세 청년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는 279명(27.9%)이 평균 7천23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들 부채보유 청년 중 115명은 학자금, 생활비, 가족의 빚 변제, 창업 준비 등을 위해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았다. 나머지 164명 가운데 101명은 주택구입비와 전세보증금 등 주거 관련 대출을, 63명은 주거 관련 대출과 비주거 관련 대출을 모두 받은 상태다. 사실상 부채보유 청년 2명 중 1명 이상이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셈이다.
특히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금전스트레스는 40점 만점에 20.3점으로 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16.8점보다 높았다. 또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자아존중감은 50점 만점에 31.4점으로 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34.9점보다 낮았고, 우울감은 반대로 44점 만점에서 2.8점이 더 높게 나타났다.
장동호 남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부채가 발생하는 주요 요인은 학업으로 인해 발생한 생활비와 학자금 대출”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졸업 이후에는 학자금과는 비교되지 않는 대출을 받아야 주거를 해결할 수 있어 청년들은 심리적 불안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형성된 부채는 청년들이 빚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며 “체념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청년들의 모습까지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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