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후보자들의 안보와 외교에 관한 논쟁이 과격하게 가열되고 있어 안타깝다. 코앞의 표를 의식하면서 지지층의 결집을 넘어 상대 후보를 과격하게 비난하면서 유권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때맞춰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섣부른 안보·외교전략을 거칠게 쏟아내고 있다. 평화와 전쟁에 대해서 국민의 불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쟁에만 몰입하는 대통령 선거 운동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라 할지라도 삼일절을 맞이해 평화에 대한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03주년을 맞이한 삼일절에 우리는 비호감 선거로 전락한 대통령 선거 운동의 막말 잔치에서 삼일운동의 기본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삼일 독립운동의 목적은 일제와 무력으로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었다. 총칼로 무장한 일본군이 장악한 조선총독부와 비무장한 조선인들의 비폭력 독립운동이다. 일본군에 의해 진압됐지만, 평화적인 방법으로 미국과 러시아 강대국들에 독립 의지를 강하게 보이며 전 세계인의 지지를 얻었기에 궁극적으로 일본을 멸망시켰다. 그리고 삼일정신은 세계 각국의 평화운동의 기본적인 모태로서 찬란히 빛을 발휘했다.
독립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비폭력적인 평화운동으로 달성한 우리 민족의 저력을 감히 논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말초적인 의식과 상식으로 무차별적으로 친일의식을 노출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갑자기 우리 일상에 넘쳐나는 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위험한 수준으로 과거를 잊고 있다.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마저 폄훼하며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무지막지한 정치꾼들이 득세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후보가 안보와 평화에서 정면충돌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북핵 문제가 답보적인 상태에서 우리의 군사력을 강화해 튼튼한 자강력을 구축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우방과의 동맹을 확고히 해서 유사시에 지원할 수 있는 고도의 혈맹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외교와 안보 전략은 한반도 평화를 그 목적으로 함을 명심해야 한다. 수많은 희생을 동반하는 무력의 행사는 결코 평화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대통령은 이념적 가치보다 한반도 평화와 세계평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 단초적인 논쟁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 섣부르게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자강 논리와 군사동맹 확장논의는 평화와는 거리가 먼 불안한 논쟁이다. 특히 일본과의 군사동맹은 있을 수 없는 것임을 확고하게 천명해야 한다. 삼일절을 맞이하며 순국선열의 숭고한 평화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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