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소주 한 잔?”…서민 음식 이젠 옛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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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시 청북읍의 한 산업단지에서 파트장으로 근무하는 박종환씨(38)는 ‘삼겹살데이(3월3일)’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방진 마스크를 써도 먼지를 많이 흡입하는 직업 특성상 삼겹살데이에 부서원 5명과의 삼겹살 회식은 연례 행사가 됐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고 한다. 월급 빼고 모든게 치솟아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낀 박씨는 이제 삼겹살데이가 달갑지 않다고 전했다.

박씨는 “5명이 최소 삼겹살 5인분에 소주 각 1병씩 마시고, 간단한 요깃거리로 허기를 달래면 10만원은 가볍게 넘는다”면서 “주머니 사정도 갈수록 안 좋다. 모임을 취소하거나 각자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할까 고민 중”이라고 멋쩍어했다.

# 직장인 문인수씨(40·용인특례시)는 삼겹살이 더 이상 서민을 대표하는 음식이 아니라고 손사래쳤다. 퇴근길 직장 동료와 고깃집에 들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자주 즐겼지만, 지금은 아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식당 방문이 꺼려지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외식 물가는 모두 크게 뛰었다. 더군다나 음식점에서 소주값까지 1천원가량 인상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중요한 약속 아닌 이상 외식을 기피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연일 치솟는 고물가 속에 ‘삼겹살데이’를 맞아 경기도민들의 근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삼겹살데이는 매년 3월3일로, 양돈 축산 농가에 보탬을 주고자 마련된 기념일이다. 하지만 도민들은 코로나에, 치솟는 물가까지 겹쳐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마시기도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시대가 됐다’고 푸념하고 있다.

2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식당의 삼겹살(200g)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6천983원으로, 전년 대비 3.1% 올랐다.

돼지 사료로 쓰일 국제 곡물 가격의 급등과 인건비 상승 여파, 여기에 코로나 확산 이후집밥 수요가 늘며 삼겹살 판매 증가 영향으로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서민들이 삼겹살과 함께 즐기는 소주값 또한 꿈틀되고 있다.

주류업계는 지난달 23일부터 소주 출고가를 평균 7.9% 인상하면서 도내 식당들은 소주값을 올리기 위해 눈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최영길 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장은 “소비자들에게 ‘삼겹살이 곧 돼지고기’라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다른 부위에 비해 삼겹살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최근 한 TV 프로그램과 협업해 뒷다리살의 소비촉진을 도모하는 등 돼지고기의 부위별 불균형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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