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청년 기후행동 단체인 선라이즈 무브먼트의 활동가 올리비아 클라크가 한국의 대선 후보들을 향해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진지하게 공부하라며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
선라이즈 무브먼트는 지난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하던 버니 샌더스가 후보 경선을 포기하자, “F학점 보다는 C학점이 낫다”며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트럼프 대신 차선의 바이든 후보 지지운동을 벌여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의 대선 판에서도 기후변화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2월3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RE100과 EU택소노미 등 생소한 용어들을 놓고 유력한 두 후보가 설전을 벌였다.
비록 싱겁게 끝이 났지만, 토론회를 계기로 글로벌 교역과 기업경영에서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목표로 하는 RE100과 기후 중립 달성을 위한 EU택소노미 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데는 기여를 한 셈이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퍼센트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협약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애플, 구글 등 세계 유수의 315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했으며, 우리나라도 2020년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이 가입한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 아모레퍼시픽 등이 지난해 가입해 14개의 국내 기업이 RE100에 동참을 선언했다.
EU택소노미는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의 범위를 녹색산업 분류체계로 판별해 녹색 활동으로 규정된 분야에 한해 그린 딜(Green Deal)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것으로, 그린택소노미(Green Taxonomy)의 개념을 구체화한 것이다. EU택소노미는 유럽연합이 2020년에 최초로 발표했으며 환경보호, 에너지, 제조, 수송,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등 13개 분야에 걸쳐 모두 101개의 행동을 녹색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RE100이 민간기업 주도의 이니셔티브라면 EU택소노미와 한국의 K택소노미는 정부 차원에서 탄소 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제도라는 차이가 있다. RE100과 EU택소노미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글로벌 산업 생태계에서 이들 제도에 동참하지 않으면 기업 활동의 제약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제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수출로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우리나라에는 발등에 불씨가 떨어진 것이다.
안동희 여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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