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점박이물범, 국제협력연구 필요

지난 2월16일 아침, 백령도에서 연락이 왔다. 백령도 북쪽해안에 점박이물범 새끼가 좌초돼 확인하러 간다는 연락이었다. 해안 근무 중이던 군인에 의해 발견됐고, 해병대, 백령면사무소, 해경백령파출소를 비롯해 백령도에 상주해있는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이 현장을 방문해 조사가 진행됐다.

좌초가 확인된 점박이물범은 길이 95㎝, 둘레 20㎝로 배내털(Laguno)이 온전한 상태로 덮여 있었다. 배내털, 즉 어릴 때 돋는 흰털로 덮여 있다는 것은 태어난 지 1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점박이물범이 혼획되거나 좌초되어 떠밀려온 사례는 있었지만, 새끼가 좌초된 것은 처음이었다.

점박이물범의 생태적 특성과 지난 2021년 3월 충남 태안군에서도 배내털이 덮여 있는 살아있는 상태의 점박이물범이 확인된 것과 연계해 보았을 때, 한반도 서해연안 번식 가능성이 있다.

백령도와 가로림만에서 주로 관찰되는 점박이물범은 겨울철이 되면 중국 랴오둥만으로 북상해 1월 말쯤 유빙 위에서 새끼를 낳는다. 배내털을 가진 갓 태어난 새끼는 한 달 이후부터 털갈이를 시작해 점무늬를 띄는 것으로 알려졌다. 갓 태어난 새끼는 배내털이 떨어지기 전까지 물속 생활이 어렵고, 어미의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

그런 어린 개체가 중국에서부터 헤엄쳐 태안까지 왔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번에 확인된 좌초된 개체도 외형상으로 양호한 상태인 것으로 보았을 때 멀리에서부터 떠밀려왔을 가능성보다는 멀지 않은 곳에서 번식한 개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점박이물범에게는 국경이 없다. 중국, 북한 등 황해바다를 자유롭게 오가는 점박이물범의 번식지와 서식지를 연계한 연구가 필요하다. 협력연구를 통해 유빙이 아닌 곳에서의 번식환경을 새롭게 확인하는 과정일수도 있고,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새로운 번식환경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점박이물범의 서식실태와 황해권역 해양환경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이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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