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을 하려고 들렀던 서울 어느 작은 찻집의 이름이 ‘공명(共鳴)’ 이었다. 찻집 이름치고는 참 특이했다. 분위기나 인테리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공명을 직역하면 ‘함께 운다’ 는 뜻이나, 여기서 명(鳴)은 ‘울음’보다는 ‘울림’이다. 남의 감정이나 행동에 공감(共感)하거나, 다른 진동체에 끌리어 동일한 진동수로 진동하는 공진(共振)의 현상을 곧 공명이라고 한다. 찻집 명명(命名)의 의도를 헤아리면서 공명의 의미를 떠올려 봤다.
학교에서 과학 시간에 같은 U자형 말발굽 쇠를 가지고, 한쪽을 치면 옆에 쇠도 따라서 울리는 현상인 공명을 실험으로 배웠던 기억이 있다. 지난 1월에는 서울 어느 33층 건물에서 지진으로 오인될 만큼의 심한 진동이 신고됐다. 확인 결과 입주한 연예기획사 안무연습실의 아이돌 춤 연습 때 생긴 진동이 원인이라고 했다. 오래전에도 서울의 테크노마트 건물의 진동소동도 공명 현상인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동일한 진동이 주기적일 경우 흔들림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군대에서 대오에 맞춰 구보하다가도 교량에서는 중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환자로부터 채취해 보관하던 건강치 않았던 혈액(血液)이, 그 환자가 건강을 회복하면서 건강한 혈액으로 바뀐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보관됐던 혈액이 본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 의사는 수많은 사람의 임상실험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일본에서는 두 사람이 한 팀을 이뤄서 자신이 불편한 부위를 상대방 부위에 마사지 하는 실험을 했다. 내 어깨가 아프면 상대방의 어깨를, 내가 머리가 아프면 상대방의 머리를 마사지를 하니까 나의 증세가 호조 되더라는 것이었다. 이미 채취해 놓은 건강치 못한 혈액도 환자가 병이 나으면 그 혈액도 따라서 건강해지고, 나의 불편한 곳을 타인의 부위에 마사지 하면 내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 이러한 현상을 바로 공명현상이라고 한다는 것을,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새삼 났다. 이렇듯 공명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요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연일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발표된다. 질병 당국 탓만 하기는 무소용이다.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감염으로 고통받는 분들이나 가족들의 아픔도 크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사투는 눈물겹다. 시군 보건소 직원들의 고생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상황 극복을 위해 우리 주변이 모두 힘겹게 견뎌내는 요즈음이 공명이 필요한 때일 듯하다. 스스로 조심하면서 방침에 협조하고, 주변의 고통과 아픔에 대한 이해와 배려, 방역 종사자들 노고에 한마디 격려도 공명이다. 공명의 힘으로 함께 감내 되기를 염원해 본다.
황용선 前 파주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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