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 당시 마차(馬車) 관련 산업에 종사하던 이들이 주축이 돼 의욕적으로 만든 법안 하나가 있다. 바로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다.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시속 3㎞ 이하로 그 뒤를 따라가는 법이다. 마부들은 자동차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해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법제화시켰다.
그러나 일자리에 관한 그들의 우려는 하나의 공상에 그치고 말았다. 이후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마차 산업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지금 입장에서 보면 당시의 마차 종사인들의 공포감이 얼마나 허망했는지 알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공포는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국 20∼30대 남녀 8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83%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붉은 깃발법을 만들었던 마부들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경제는 지난 수년간 ‘고용 없는 성장’의 장애물에 직면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최근 이슈는 정보기술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와 스마트폰 분야다. 현재 이 두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워낙 기술 중심이다 보니 성장에 정비례해서 고용이 늘지 않았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벤처·스타트업이 나타났다. 이들은 경제의 역동성을 재조직하면서 한국 경제를 기초부터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벤처·스타트업 3만 6천209개사의 고용은 76만 4천91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1년간의 고용과 비교한 결과 무려 2020년 말 69만8천897명 대비 6만6천15명 으로 늘어난 수치다. 4대 그룹 신규고용 인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결과였다. 또한 2021년 말 기준 유니콘(18개사)이거나 과거 유니콘(9개사)이었던 27개사 들은, 2021년 말 1만1천719명을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3천863명 늘어난 것으로 고용 증가율은 무려 49.2%에 달했다. 기업당 고용 증가를 보면 유니콘 15개사가 평균 257.5명을 추가로 고용, 벤처기업 3만6천209개사의 평균 고용 증가 인원 1.8명의 140배를 상회했다.
결과적으로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한국 경제 최대의 장애물을 넘기 위해서는 창업생태계 활성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퍼주기식 지원예산이 아니라 창업가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창업 지원정책 수정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록 (재)넥스트챌린지아시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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