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안철수·원희룡·나경원, 경기지사 할 명분 없다

이재명 현금 복지에 ‘5%p 勝’
고향 안 물어도, 寄與 따질 것
‘반드시 질 선거’ 패착 될 수도

다수 분석은 이렇다. ‘서울에서 민주당이 졌다→문재인 정부 실정 때문이다→부동산 정책 실패가 원인이다.’ 이 말에 큰 모순이 있다. 인접한 경기도 선거 결과엔 대입하지 못한다. 서울과 다르지 않은 경기도다. 같은 문재인 정책 영향권이고, 같은 부동산 정책 실패 지역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서울은 5%p 차이인데 경기는 3%p 차이인 정도…. 그런데 그게 아니다. 정반대로 나왔다. 서울은 +5%p 윤석열 승, 경기는 +5%p 이재명 승이다.

다르지 않았던 서울 경기 표다. 그랬던 두 지역이 처음으로 쪼개졌다. 확실한 분석을 들은 건 아주 가까이서다. “솔직히 서민들은 몇 푼 주는 후보가 좋지.” 포크레인 기사 박모씨(62·안산시 중앙동)의 평이다. 투박하지만 절절히 와 닿는다. 맞다. 답이다. 이재명의 경기 압승은 ‘현금 복지’의 결과다. 언제부턴가 도민은 중독돼 가고 있었다. 안 받으면 허전한 쌈짓돈으로 보고 있었다. 유권자인 도민엔 지켜야 할 의리로 자리하게 됐다. ‘받았으면 찍어야지.’

내겐 또 한 번의 좌절이다. 첫 번째는 무상급식이었다. 2009년 경기도 교육청에 등장했다. 무차별로 지급하는 퍼주기였다. ‘매표 행위다’ ‘안 된다’고 썼다. 교육감 측근 ‘공보관’이 비아냥 댔다. “뻔히 질 주장을 왜 하세요.” 그의 말이 맞았다. 모든 도민이 무상급식을 찬양했다. 그 뒤 또 몇 년이 흘렀다. 다른 현금 복지들이 등장했다. 청년 배당, 지역 화폐, 재난 지원금…. 나는 또 썼다. ‘나라 곳간을 거덜 낼 퍼주기 행정이다.’ 또 부질 없어졌다. 많은 도민이 몰표로 화답했다.

더는 군시렁 댈 기력이 없다. 나라 예산이 어떻다며 토 달 생각도 없다. 그럼에도 또 부언하고 있다. 여기엔 한가지 이유가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다. 특히 국민의힘 쪽 때문이다. 경기도지사 후보군들이 나온다. ‘나·원·박’이 그 중에 있다. 나경원·원희룡·박수영이다. 서울대 법대 82학번 친구들이다. 박수영 의원은 경기도 부지사 출신이다. “경기지사 나오냐” 물었다. “적절치도 않고 그럴 생각 없다”고 했다. 남는 건 ‘나·원’인데, 어제 오늘 언론에 두루 깔렸다.

안철수 대표도 있다. 단일화 때부터 나온 말이다. 그제부터 인수위원장이다. 곧바로 총리로 달릴 지 관심이다. 다른 총리 후보가 등장한다. 당내 전망은 경기지사 쪽이다. 박 의원도 ‘필요한 카드’라며 평한다. 기사로 읽고, 통화로 듣고…. 그런데 허전해진다. 서울 출생에 서울 동작구 국회의원 출신 나경원이라니…. 제주 출생에 제주도지사 출신 원희룡이라니…. 경남 출생에 서울 노원구 국회의원 출신 안철수라니…. 프로필 어디에도 경기도는 없는데….

8도민이 만드는 경기도다. 1천300만 앞에 고향 챙기기는 가당찮다. 도지사 역사도 그랬다. 이인제 지사는 충청도였다. 임창렬 지사는 서울, 김문수 지사는 경상도였다. 다 잘하고 끝냈다. 고향을 따지려는 게 아니다. 고향을 넘어 도민이 캐물을 자격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 힌트가 ‘이재명 5%p승리’에 있다. 경상도 지고, 충청도 지고, 서울까지 다 졌다. 그런데 경기도에서 이긴 이유, 현금 복지였다. 그가 경기도에 뿌린 12년의 기여였다.

성남시장만 8년 했다. 많은 현금 복지를 실천에 옮겼다. 그 중에 청년 배당이 있다. 정부 반대와 싸우면서 추진했다. 그 싸움을 성남시민이 기억에 담아두고 있었다. 경기도지사 4년 했다. 지역 화폐를 돌렸다. 재난 지원금도 뿌렸다. 국민 88%가 받을 때, 경기도민은 100% 받았다. 이 12% 차이를 두고 중앙 정부와 싸웠다. 그 싸움도 도민이 기억에 담아두고 있었다. 기억을 대선에서 되살렸다. ‘5%p’ 승리는 그 기여에 대한 도민의 선물이었다.

국민의힘은 경기도에서 졌다. 경기도 전체에서도 졌고, 대도심에서도 졌다. 6월 지방 선거도 쉽지 않다. 경기도지사에 질 수 있다. 수원시장, 용인시장에 질 수 있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저런 거물급 투입론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런 정치공학이 도민에 통하겠는가. 경기도민이 고향을 묻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난 세월 기여는 엄하게 묻는다. ‘경기도를 위해 무엇을 했나.’

경기도로 싸워도 질 수 있는 선거라면, 비(非)경기도로 싸우면 반드시 진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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