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세계유산 조선왕릉 동구릉역

구리시에서는 오는 2023년 9월 개통을 앞둔 지하철 8호선 연장 별내선 구리시 구간의 역사(驛舍)의 이름을 짓기 위한 선호도 조사가 한창이다.

별내선은 암사역에서 구리를 거쳐 남양주 별내역까지 12.8㎞로 구리시에는 BN2~BN4 3곳에 역이 생긴다.

기존의 구리환승역(BN3)은 확정이 됐고, BN2 장자호수공원 부근과 BN4 동구릉 부근 두 곳은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1차 조사에서 BN2는 장자호수공원역, 토평역, 장자역, 수택역, 교문역으로 BN4는 동구릉역, 동구역, 인창역으로 압축됐다. 역주변의 마을이름과 대표적인 문화유산이 함께 후보에 오른 것이 인상적이다. 아무튼 2차 설문조사를 이달 15일까지 거치고 4월 구리시지명위원회의 최종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도심 땅속과 땅위를 가르고 달리는 지하철과 전철의 역사(歷史)는 영국으로 1863년 증기기관차가 시초다. 우리나라는 1974년 광복절에 개통된 수도권 전철 1호선으로 청량리에서 동대문 구간인 소위 종로선이 최초이며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는 10개 노선 326곳의 역이 있다.

역의 이름에는 마을의 이름과 대학교, 특별한 장소를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중 세월에 따라 원족(遠足), 소풍(逍風), 체험학습의 장소로 유명세를 탔던 조선 왕릉의 이름을 간직한 곳도 적지 않다.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의 정릉역(우이신설경전철), 성종 부부와 중종이 묻힌 선릉과 정릉은 선릉역(수인분당선), 선정릉역(9호선)으로 중종의 제2계비인 문정왕후의 태릉과 명종의 강릉은 태릉역입구역(7호선), 단종의 비의 사릉역(경춘선), 중종의 원비 온릉역(교외선)이 대표적이다. 여주의 세종대왕역(경강선)은 원래 영릉역이었으나 개명된 것이고, 4호선 연장선에도 세조의 광릉이 들어간 진접광릉숲역이 있다.

8호선 연장 별내선 구리시 3곳의 역이름 선호도에 ‘동구릉역’을 많은 시민이 선택을 했다. 고무적인 일이다.

여기에 조금 더 보탰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동구릉은 조선을 개국한 태조의 건원릉을 비롯해 9분의 왕과 10분의 왕비가 묻힌 우리나라 최대의 왕릉군이다. 2009년 조선뫙릉이 세계유산에 등재를 하게한 단초이기도 하다.

동구릉역으로 선택이 된다면 이름이 조금 길더라도‘세계유산 조선왕릉 동구릉역’이라 짓고, 역사(驛舍)를 조선의 왕릉과 묘 42기를 소개하고, 왕릉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웃나라인 중국 , 베트남, 일본의 왕릉조성방법을 비교하는 문화공간으로 꾸미는 것은 어떠할까. 공간을 잘 이용하는 것도 역사(歷史)의 재발견이다.

한철수 시인·구지옛생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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