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됐다. 거기에 맞선 정치개혁과 정치교체의 바람도 만만치 않았다. 두 가지의 ‘교체’ 바람은 선거를 통한 제도적 교체기마다 항상 겹치고 공존해왔다. 2016년과 2017년 국정농단 사태와 시민 촛불항쟁,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일련의 정치적 상황에서 조기에 치러진 대선은 국정농단 심판을 넘어 사회개혁과 전환의 바람이 함께 불었다. 시민들의 촛불항쟁은 위임받은 정치권력을 사익 추구를 위해 악용한 국정농단사태가 발화점이 됐지만, 지속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차별구조로 인해 시민의 기본권과 존엄성이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 근본 원인이었다.
사회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의 크기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2020년 4월 총선까지 ‘촛불정부’를 자임했던 집권당에 압도적인 승리라는 결과를 가져다줬다. 개혁과제 이행에 대한 기대가 촛불항쟁의 성과를 과점(寡占)하다시피 힘을 몰아준 국민들의 선택을 가져왔지만, 더딘 실천과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몇몇 인사 문제,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상황과 맞물린 양적완화와 부동산 경기 과열, LH의 오랜 적폐가 겹쳐 드러나면서 정권교체라는 결과를 낳았다. 시민들은 민주당에 큰 권한을 위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력과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결과적으로 ‘정권교체’라는 집단지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으로서 역량과 정책보다는 거대 양당 후보들의 개인적 자질, 배우자와 가족의 문제까지 버무린 네거티브 프레임이 강하게 형성되면서 ‘어떤 교체’여야 하는지 진검승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표면적으로는 정권교체에 미세하게 기울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권한은 짧고 강하지만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만큼, 특정 정치세력이 시민들의 기대에도 부응하면서 자기 철학에 기반해서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힘을 축적해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 정치적 환경의 다이내믹함이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비슷한 얘기들을 하고 있다. 공정, 정의, 민주주의, 민생경제와 복지, 국민 눈높이와 정치인의 위선. 경제, 외교, 국방, 남북관계, 교육, 기후, 에너지, 식량, 생태계, 불평등,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등의 과제를 더 잘 해결하기 위해서 ‘더 성장하고 개발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정당과 이념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것 같다. 물론 남북관계 등 특수한 문제에서 미세한 차이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우리의 시야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무한 경쟁심이 개인의 인성과 보편적 도덕을 대체하는 사회와 시스템을 말한다. 이것의 ‘무한반복태’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지속 불가능한 사회다.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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