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뢰 잃은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사퇴가 해답이다

국민들로부터 신뢰성·중립성·공정성의 상징으로 한국 민주정치 정착에 절대적 기여를 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국민들로부터 신뢰가 추락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때 코로나 확진자들의 투표 과정에서 나타난 수준 이하의 부실관리는 한국의 국격을 의심할 정도로 국민들의 분노를 야기시켰다.

이와 같은 선관위의 부실 관리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사의를 표명, 지난 17일 사표가 수리됐다. 그러나 막상 선거관리의 최고 책임자인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17일 사퇴를 거부하고 오히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책임지고 치르겠다고 밝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최근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관리 부실과 중립성·공정성 문제는 이번 대통령 선거 시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지난 2000년 4월 실시된 총선 시에도 관리 부실 문제가 제기됐으며, 또한 최근 상임위원을 비롯한 중앙선거관리위원 선임 과정에서도 중립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즉, 조해주 전 상임위원을 재임명하려는 청와대가 전국 선관위 직원들의 반발 여론이 강해지자 사퇴로 마무리한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었다. 이런 사건들로 국민들은 선관위가 지나치게 편향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비판을 할 정도로 선관위 권위가 추락됐다.

오죽하면 선관위 중립성과 공정성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전국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 15명이 지난 16일 노 위원장에게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을 정도다.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들이 집단으로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한 건 선관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노 위원장은 확진자가 수십만명 발생하는 가운데 이틀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기간 내내 출근하지도 않았다. “위원장은 상근이 아니기 때문”, “휴일이었기 때문”이란 해명은 그가 선관위 수장으로 자격이 있는지 자체를 의심하게 한다.

이번 사태는 선관위 사무총장 사퇴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 15명이 사퇴 건의로 노 위원장 권위는 이미 큰 타격을 받았는데, 어떻게 직원들에게 권위를 가지고 6월 지방선거를 관리할 수 있는가. 이렇게 선관위 위상을 추락시키고도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다.

그동안 선관위는 모범적인 선거관리를 행함으로써 세계 각국의 선관위 관련자들이 한국에 와서 연수를 받기도 했다. 또한 한국 선관위 주도로 2013년 10월 ‘세계선거기관협의회’를 창설해 인천 송도에 국제기구를 유치, 선거관리에 대표적인 국가로 부상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한국의 위상이 부끄럽다. 노 위원장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퇴해 더 이상 선관위의 위상 추락을 막아야 한다. 설립 62년 된 선관위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누를 노 위원장은 범하지 말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