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끝났어도 여전한 2030 껴안기 ‘쇼잉’
이제 묵묵한 기성세대가 일하도록 힘 줘야
더불어민주당을 보자. 대선 패배로 비대위가 출범했다. 20대 여성이 공동 위원장에 임명됐다. 1996년생이니까 스물 여섯이다. 이른바 ‘n번방’ 사건 공론화에 공이 많다. 대선에서도 민주당 선대위에서 일했다. 디지털성폭력근절특위 위원장이었다. 상징성이 충분하고 당 기여도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좋은 인사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선에서 평시로 넘어온 시점이다. 당선자 쪽이 인수위라면 패배자 쪽은 비대위다. 당을 추스려야 할 기구다. 여기에 스물 여섯 위원장이 필요했는가 비판이 있다.
이런 기류는 곧 지방 선거로 이어졌다. 23일 민주당 지방선거 기획단이 꾸려졌다. 15인 내외인데 아직 위원들이 다 선임되지 않았다. 그런데 서둘러 내놓은 일성이 청년·여성 공천 할당이다. 광역의원의 20%, 기초의원의 30% 이상을 청년과 여성으로 공천하기로 했다고 한다. 결정이 딱히 새로운 건 아니다. 당헌과 당규에 그렇게 규정돼 있다. 이쩌면 이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지역에 주는 파급은 크다. 지역구 할당은 기존 후보군들이 자리를 잃게 되는 얘기다. 다른 집단도 걱정이다.
선거에서 배려해야 할 계층은 늘 있다. 장애인,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노령층, 다 배려해야 한다. 각계 전문가 집단의 진출도 보장돼야 한다. 이런 집단의 기회가 청년 여성에 밀리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에는 2030이 핵심 지지층이다. 대선을 겪으면서 이탈과 재결집의 조바심을 봤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보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걸 뭐라 할 건 아닌데. 단지, 나머지 집단이 따져 물으면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온통 2030만 챙기는 방향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국민의힘도 보자. 역시 청년층 공략을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앞에 나섰다. 민주당보다 더 세분화된다. 22일 sns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젠터 뉴트럴(성중립)한 정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 대표가 발표할 영역인지 의문이다. 대선에 이어 2030 남성 표심을 목표치로 말한다. 한국장학재단의 국가우수장학금 규정 삭제를 공으로 말했다. 공학계 장학금을 줄 때 여학생을 30% 이상 선발하라는 권고 조항을 삭제한 당의 성과를 자랑한다. 식상한 이준석 2030 화두다.
20대에서 윤석열 후보는 45%로 이재명 후보 47%에 졌다. 요란했던 구호에 비하면 참 초라하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국민의힘 승리라고 자평한다. 2030 남성을 타깃으로 했던 자신의 선거 전략에 지지층이 확산됐다고 한다. 지방 선거에서도 이 전략을 밀고 나갈 것임을 분명히 예고했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면 윤석열 정부도, 국민의힘도 계속 청년에 모두를 걸 것 같다. 이게 옳은가. 집권당이 계속 2030을 국정 화두로 끌고 가는 게 옳은 방향인가.
며칠 전 상황이 있다. 인수위 구성이 공개됐다. 민주당, 언론, 그리고 일부 국민의힘까지 이런 지적을 했다. ‘윤석열 인수위에 청년이 없다.’ 무슨 큰 잘못이라도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 여론도 그 지적이 대세인듯 따랐다. 그게 맞나. 선거 기간 아닌 평시다. 인수위는 짧은 기간 활동한다. 실무를 겉핥기 하고 갈 소집단이다. 거기에 모든 계층을 끌어 안고 갈 수는 없다. 그래야 할 실익도 없다. 그런데 ‘청년 없다’고 비난했다. 딱 와 닿지 않는 주장이다. 소상공인도 없고, 노인도 없고… 다 없는데 말이다.
청년의 숙원이 쑈잉 하나로 풀리는 건 아니다. 지난해 6월 청와대가 특별한 인사를 했다. 스물 여섯 대학생을 비서관으로 발탁했다. 청와대 비서관의 주축은 1950~1960년대 생이다. 40대 비서관도 흔치 않다. 거기에 대학생을 임명했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의 청년 취업이 좋아졌나. 민주당이 비대위 위원장에 청년을 임명했다. 차량 등 특급 의전에 대한 기사들까지 쏟아졌다. 청년들이 좋아했을까. 아닐 거다. 득표를 위한 정치 행위다. 선거 끝나면 하지 말아야 한다.
이원복 교수는 그의 저서 ‘만화로 떠나는 21세기 미래여행’에서 기성세대를 이렇게 평했다. 짚신부터 고급 브랜드 구두까지 신어 본 세대다.’ 더 없는 표현이다. 4.19 의거부터 5.18 항쟁의 모든 역사를 겪었다. 당연히 그 시절 부정적 역사와도 함께 섞여 왔다. 지금의 2030에 이 모든 게 얼룩으로 각인될 수 있다. 선거 때 나뉘어지는 획일성이 그런 것일 게다. 6070은 보수, 4050은 진보, 2030은 독자…. 하지만 그래도 현 사회를 짊어진 건 기성세대다. 묵묵히 이 시대를 지고가는 주역이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가 그의 저서 ‘나의 생애’에서 말했다. ‘세월은 지나가고 혁명가는 늙어간다.’ 그렇다. 100년 전에도 그게 숙제였다. 혁명보다 길고 큰 책임은 현실이었다. 혁명은 2030을 말하더라도, 경제를 책임 지는 건 기성세대다. 2030의 좋은 미래를 위해 발버둥 치는 게 결국 기성세대다. 2022년 3월24일, 청년 실업률 6.9%다. 청년 실업자 29만5천명이다. 이들을 일자리로 불러 들일 관건은 기성세대에 달렸다. 40, 50, 60, 혹시 그 이상의 세대가 일할 맛 나야 한다.
당선인 윤석열의 정확한 진단과 효율 높은 선택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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